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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시외버스 타고 고향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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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4-09-04 10:39 조회8,58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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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시외버스 타고 고향 가고 싶다

이동증진법 제정 10년 불편 여전…차별철폐연대 접근권 보장 주장

김민지 기자 kmj@idomin.com 2014년 09월 04일 목요일
 

3일 울산에 가려고 마산시외버스터미널을 찾은 장애인 최영동(31) 씨. 오후 3시 20분에 출발하는 울산행 버스표를 샀다. 친구를 만나고 싶다는 최 씨의 소박한 바람은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무너졌다. 휠체어를 탄 최 씨에게 버스 출입구는 좁았고, 버스 계단은 높았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최 씨를 본 운전기사도 당황했다. 최 씨의 손에 든 버스표를 선뜻 받지 못했다.

버스표를 구매했다면 누구나 탈 수 있어야 하는 버스지만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예외였다. 추석과 같은 명절이 되면 고향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다는 최 씨는 그런 상황을 "눈물난다"고 했다.

장애인 유진영(39) 씨도 마찬가지. 고향이 전남 나주인 유 씨는 항상 그랬듯이 이번 추석에도 집에 있을 예정이다. 유 씨는 "텔레비전을 보거나 누워 있어야죠"라고 쓸쓸한 웃음을 보였다.

경남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3일 "장애인 시외·고속버스 접근권을 보장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 20명은 마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울산행 버스표 10장, 포항행 버스표 10장을 구입했다. 매표소 직원은 "장애인이 표를 사러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이들은 버스를 탈 수 없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이들은 '장애인도 국민이자 시민으로서 당연히 고속버스 및 시외버스 등을 이용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버스업체, 운전기사, 시민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경남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3일 "장애인 시외·고속버스 접근권을 보장해 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버스표를 구입해도, 좁은 문과 높은 계단 때문에 버스를 탈 수 없는 현실이다. /박민국 기자 

최진기 경남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은 "2005년 제정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르면 교통약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해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면서 "이동편의증진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되어가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의 권리는 여전히 심각한 제약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 김상민(35) 씨는 "시내에 다닐 때에는 콜택시나 저상버스를 이용한다. 서울 등을 갈 때는 장애인석이 있는 KTX를 타지만 추석과 같은 명절 때는 예매하기도 힘들다"면서 "경남에는 콜택시를 운영하는 곳과 운영하지 않는 곳이 있어 장애인이 시외를 간다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2013년 기준 저상버스 도입률은 14.5%에 불과하다.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 5년도 계획에 따라 우선 기초지자체 154곳에 저상버스를 운영하도록 했으나 이 중 100여 곳에는 아직도 저상버스가 없다. 경남의 저상버스 도입률은 25%로 서울, 강원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편이지만 평균 대기 시간이 1시간 이상으로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있다. 특히 시외·고속버스 중 저상버스 또는 휠체어 리프트를 장착한 버스 등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버스는 한 대도 없다.

마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난 시민 유하나(28) 씨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 별로 생각하지 못했는데, 오늘 이 같은 상황을 보면서 많이 느꼈다"면서 "장애인도 추석에 버스 타고 고향에 갈 수 있도록 법과 제도가 빨리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시외버스 업체 측은 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에는 공감하지만 경제성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관계자는 "지자체가 휠체어 리프트를 장착한 저상버스를 시외·고속버스에도 도입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