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의학적 인정조사표에 장애인 '미래'는 없어" (비마이너)

페이지 정보

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2-10-12 17:54 조회10,066회 댓글0건

본문

의학적 인정조사표에 장애인 '미래'는 없어" 트위터요즘미투데이페이스북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시행 1년 평가 토론회 열려
"서비스질에 대한 공적 관리, 지자체에 요구해야" 2012.10.10 18:44 입력

13498623761641.jpg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주최로 10일 늦은 2시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장애인활동지원제도 1년의 평가' 토론회가 열렸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시행 1년을 맞아 수급자격 갱신과 인정조사 방식을 중심으로 평가해보는 토론회가 열렸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아래 한자협)와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주최로 10일 늦은 2시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장애인활동지원제도 1년의 평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남병준 정책실장은 정부가 내년에 활동지원서비스 신청 자격을 2급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에 대해 "의미 없는 장애등급제를 유지하려는 기만적인 방편에 불과하다"라고 못 박았다.

 

남 정책실장은 "현행 인정조사 점수기준을 그대로 둔다면 2급 장애인 중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어 예산에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 정책실장은 "현행 인정조사 방식의 실질적인 문제는 내년 5월 말로 연기된 수급자격 갱신 과정에서 장애인들이 서비스를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음에도 인정조사 등급이 떨어지거나 등급 외 판정을 받아 아예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사태로 드러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정부는 예산과 점수 기준의 문제인 서비스 하락사태에 대한 대책을 인정조사표 문항 수정이라는 별개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는데, 이것은 마치 '민주주의 하자!'라고 하니 '그래? 그럼 투표용지 바꾸자'라는 것과 같다"라고 꼬집었다.

 

남 정책실장은 “의학적 기준에 의한 인정조사표 기준만으로 급여량을 획일적으로 판정하고 있어 장애인간 결혼이나 중증장애인의 출산 등의 구체적 사례에서는 오히려 급여량이 축소되고 있다”라면서 “또한 장애인의 지급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단지 서비스의 제공 행태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노인요양서비스와 같은 수준으로 설정된 본인부담금은 결국 현장에서 부정수급 발생의 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라고 지적했다.

 

남 정책실장은 “아울러 서비스 질에 대한 공적인 관리와 기준이 없어 활동보조인을 성추행한 이용자가 여러 제공기관을 전전하면서 같은 일을 반복해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사례 등이 있었다”라면서 “이런 행위를 가만히 놔두면 결국 자립생활운동의 정당성마저 위협받을 수 있으므로 지방자치단체에 공적인 기준 제시를 요구하고 상담과 교육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하도록 요구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13498625504112.jpg

 

이어 토론자로 나선 한신대 재활학과 변경희 교수는 “현재 인정조사표와 관련한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고 이에 앞서 장애등급제와 관련한 연구용역을 진행했다”라면서 “장애등급제 연구용역 결과에 대해서 결론을 말하자면 등록은 의미가 있지만 등급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변 교수는 “중증, 경증으로 나누거나 더 나아가 장애의 유무로만 나누어도 문제가 없으며 이에 대한 몇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라면서 “인정조사표 연구 용역의 경우 복지부가 장애특성을 고려하면서 현행 인정조사표를 정리하는 수준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욕구와 환경을 근본적으로 반영하기 어렵지만, 수급자격 갱신 시 점수의 대거 하락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주문은 받고 있다”라고 전했다.

 

변 교수는 “현재 학교생활, 직업생활을 하고 있는 장애인에게 추가급여로 10시간 정도의 급여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는 터무니없다”라면서 “활동지원제도가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사회활동 참여 정도를 고려해 활동이 많은 경우 가중치를 적용하고, 장애인의 거주 지역 및 환경 등을 평가해 실제 장애인이 생활하는데 불편한 점도 평가 시 고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자협 박현 활동보조위원장은 “현재 이용인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코디네이터들도 장애등급 재심사와 수급자격 갱신을 혼동하고 있어 자신도 모르게 불이익을 당할 우려가 있다”라면서 “2차 제도개선위원회에서 복지부 관계자는 ‘2010년 10월 이전의 시간 판정은 솔직히 못 믿겠다’라고 말한 바 있으며, 인정조사 점수기준이 완화되지 않는다면 대략 9천여 명의 이용인의 급여가 줄거나 서비스 탈락이 예상된다”라고 전했다.

 

박 위원장은 “정부가 2급 장애인에게도 신청 자격을 부여한다고 하나 활동지원서비스 신규 신청의 경우에는 장애등급 재심사를 받아야 하므로 등급 하락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얼마나 신청을 할지 모르겠다”라면서 “5년간 시행된 활동보조서비스 시행 사업은 해마다 여러 가지 문제들을 드러내며 큰 혼란을 일으켰는데 활동지원제도도 시행 1년 만에 또다시 많은 이들에게 혼란을 일으킬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13498626903338.jpg
▲활동보조인연대(준) 고미숙 집행위원장은 "활동보조인도 노동자로 존중받을 권리가 있지만, 지금의 제도는 활동보조인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들을 방어조차 할 수 없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활동보조인연대(준) 고미숙 집행위원장은 “인권이라는 단어조차 낯설었던 중·고령의 여성들이 활동보조인 교육을 받으면서 ‘여러분은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입니다’라는 말을 듣고 감동을 받는다”라면서 “하지만 자립생활을 지원한다는 보람과 긍지가 현실에서는 활동보조인을 좌절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고 집행위원장은 “예를 들면 활동보조인에게 호미를 주고 농사일을 시키거나 가사지원만 집중적으로 시켜 ‘내가 마치 종 같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라면서 “장애인에게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이 있다면 활동보조인도 노동자로 존중받을 권리가 있지만, 지금의 제도는 활동보조인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들을 방어조차 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고 집행위원장은 “이용자와 활동보조인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갈등을 두려워하고 덮으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드러내서 해결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라면서 “활동보조서비스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한 장애인분들이 이용자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이 제도의 서비스 이용지침과 인권에 대한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함께 주장할 수 없는지 묻고 싶다”라고 제안했다.

 

인권연대 장애와 여성 ‘마실’ 김광이 대표는 “현재 활동보조인과 한 달 62시간을 함께 하고 있는데, 시간이 적어 두 명을 활동보조하는 활동보조인과 나의 필요 시간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라면서 “62시간을 쪼개서 가사와 이동 보조로 나눠 쓰기 위해 명확한 활동보조 이용계획을 짜도 활동보조인의 시간이 안 되면 빨래, 장보기 등 가사는 물론 외부활동을 위한 이동도 혼자 불가능할 때는 포기할 수밖에 없다”라고 토로했다.

 

김 대표는 “현재의 인정조사 방식은 이용자의 과거와 현재만을 볼 뿐 미래는 보지 않는다”라면서 “장애여성인 내가 선택하고 요구할 수밖에 없는 것은 장애등급제 폐지와 50대를 살아야 할 장애여성으로서 필요한 사회서비스 항목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질의응답 시간에 전장연 남병준 정책실장은 “인정조사표 자체는 합리성이 반영되어야 하지만, 수급 여부와 급여량은 결국 정치적 힘이 결정하는 부분”이라면서 “또한 앞으로 지자체공무원들이 수급자격 갱신, 이의신청 과정에서 장애등급재심사를 받도록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으므로 항의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복지부는 애초 2010년 10월 전에 수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 약 3만 명을 대상으로 올해 10월까지 조사해 11월 말까지 수급 판정을 마무리할 계획이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내년 5월 말까지 이를 연기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