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시외버스 타고 고향가고 싶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4-09-04 10:39 조회9,507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장애인도 시외버스 타고 고향 가고 싶다
이동증진법 제정 10년 불편 여전…차별철폐연대 접근권 보장 주장
3일 울산에 가려고 마산시외버스터미널을 찾은 장애인 최영동(31) 씨. 오후 3시 20분에 출발하는 울산행 버스표를 샀다. 친구를 만나고 싶다는 최 씨의 소박한 바람은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무너졌다. 휠체어를 탄 최 씨에게 버스 출입구는 좁았고, 버스 계단은 높았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최 씨를 본 운전기사도 당황했다. 최 씨의 손에 든 버스표를 선뜻 받지 못했다.
버스표를 구매했다면 누구나 탈 수 있어야 하는 버스지만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예외였다. 추석과 같은 명절이 되면 고향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다는 최 씨는 그런 상황을 "눈물난다"고 했다.
장애인 유진영(39) 씨도 마찬가지. 고향이 전남 나주인 유 씨는 항상 그랬듯이 이번 추석에도 집에 있을 예정이다. 유 씨는 "텔레비전을 보거나 누워 있어야죠"라고 쓸쓸한 웃음을 보였다.
경남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3일 "장애인 시외·고속버스 접근권을 보장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 20명은 마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울산행 버스표 10장, 포항행 버스표 10장을 구입했다. 매표소 직원은 "장애인이 표를 사러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이들은 버스를 탈 수 없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이들은 '장애인도 국민이자 시민으로서 당연히 고속버스 및 시외버스 등을 이용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버스업체, 운전기사, 시민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 |
경남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3일 "장애인 시외·고속버스 접근권을 보장해 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버스표를 구입해도, 좁은 문과 높은 계단 때문에 버스를 탈 수 없는 현실이다. /박민국 기자 |
최진기 경남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은 "2005년 제정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르면 교통약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해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면서 "이동편의증진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되어가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의 권리는 여전히 심각한 제약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 김상민(35) 씨는 "시내에 다닐 때에는 콜택시나 저상버스를 이용한다. 서울 등을 갈 때는 장애인석이 있는 KTX를 타지만 추석과 같은 명절 때는 예매하기도 힘들다"면서 "경남에는 콜택시를 운영하는 곳과 운영하지 않는 곳이 있어 장애인이 시외를 간다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2013년 기준 저상버스 도입률은 14.5%에 불과하다.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 5년도 계획에 따라 우선 기초지자체 154곳에 저상버스를 운영하도록 했으나 이 중 100여 곳에는 아직도 저상버스가 없다. 경남의 저상버스 도입률은 25%로 서울, 강원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편이지만 평균 대기 시간이 1시간 이상으로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있다. 특히 시외·고속버스 중 저상버스 또는 휠체어 리프트를 장착한 버스 등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버스는 한 대도 없다.
마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난 시민 유하나(28) 씨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 별로 생각하지 못했는데, 오늘 이 같은 상황을 보면서 많이 느꼈다"면서 "장애인도 추석에 버스 타고 고향에 갈 수 있도록 법과 제도가 빨리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시외버스 업체 측은 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에는 공감하지만 경제성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관계자는 "지자체가 휠체어 리프트를 장착한 저상버스를 시외·고속버스에도 도입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