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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감금방' 가둬놓은 미신고 장애인생활시설 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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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0-09-08 16:07 조회9,17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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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감금방' 가둬놓은 미신고장애인생활시설 폐쇄
사실상 '사설 감옥'처럼 운영...시설생활인 긴급분리조치 후 강제폐쇄 돼
newsdaybox_top.gif 2010년 09월 03일 (금) 10:22:10 전진호 기자 btn_sendmail.gif 0162729624@hanmail.net newsdaybox_dn.gif

 

   
▲ㅅ교회 전경 ⓒ전진호 기자
교회간판을 내건 채 미신고장애인생활시설을 운영하며 지적장애인을 몰래 데리고 있던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인천 부평의 ㅅ교회가 사건 발생한지 1년여 만에 강제 폐쇄 조치됐다.

ㅅ교회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5월, ㅅ교회 시설장 최모(58) 전도사가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면서부터.

당시 사건을 담당한 인천 삼산경찰서는 1996년 실종된 최모(지적장애 1급, 45)씨의 행적을 추적 중 최씨가 인천의 한 부랑인 시설에 입소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10년간의 행적을 조사한 결과 그가 ㅅ교회에서 감금된 채 생활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최씨의 실종신고를 낸 남편이 최씨를 찾게 되자 이혼 후 다시 ㅅ교회로 보내며 사건은 기소유예 처분으로 끝이 났으며, 당시 삼산경찰서는 “밖에서 문을 걸어 잠그는 등 생활인들의 생활환경이 매우 좋지 않아 부평구청 측에 폐쇄조치 등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사건이 불거지자 부평구청 측은 2009년 7월 29일 시설폐쇄 명령을 내렸으나 최전도사가 이를 거부하자 지난해 11월 12일 폐쇄명령 불이행을 이유로 고발, 1심에서 벌금 300만원 형이 내려졌다. 하지만 최씨는 항소를 진행하며 폐쇄조치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 건물에 설치된 감금장치. ⓒ전진호 기자   ▲ 여성생활인 2명이 감금된 채 생활해왔던 '감금방' 모습 ⓒ전진호 기자지적장애인 감금 혐의로 처벌받았으나 여전히 시설 운영돼와

문제가 드러난 지 1년여, 한나라당 이정선 의원과 보건복지가족부,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 시설인권연대 등으로 구성된 민관합동 미신고장애인생활시설 조사단이 찾은 ㅅ교회의 모습은 여전히 처참했다.

최전도사 소유의 건물에는 사건당시에도 문제로 지적됐던 감금장치가 여전히 존재했다. 자칫 화재가 발생할 경우 대형 참사를 피할 길이 없는 상황. 이에 대해 최전도사는 “밖에서 술 먹는 사람들이 몰래 들어와 술 마시고 자고가곤 해 어쩔 수 없이 잠근다.”고 항변했다.

예배당을 지나 14명의 생활인들이 생활하는 곳으로 올라가자 심한 악취가 풍겨오기 시작했다. 세탁기는 있었으나 작동한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고, 대부분의 생활인들이 한겨울에나 입을법한 추리닝을 입고 있었다.

이불과 베게는 때와 땀으로 뒤범벅돼 시커멓게 변색돼 있었으며, 더욱 충격적이었던 건 칫솔을 비롯해 의복, 신발, 심지어 속옷까지 개인소유 없이 돌려쓰고 있었다.

3층 감금장치도 모자라 각방마다 밖에서 문을 잠글 수 있도록 설치돼 있었으며, 정신장애가 있는 여성생활인 2명은 ‘생활태도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오랜 기간 동안 요강과 베게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감금방’에서 생활해오다 조사단이 오기 전날에서야 다른 방으로 옮겨진 것으로 확인됐다.

   ▲ '감금방'에서 갇혀 지내오던 여성생활인들의 모습. 조사당시 약물에 취해있었는지 기력이 없어서인지 일어서지조차 못했다. ⓒ전진호 기자   ▲ 남성생활인들의 방 ⓒ전진호 기자   ▲ 강제 분리조치가 이뤄지자 최전도사는 '마지막 만찬'이라며 생활인들에게 직접 점심을 차려줬다. 그러나 한 생활인이 식사를 하지않고 있자 최전도사는 "어서 밥 먹어라"고 소리를 질렀고, 그때서야 밥상으로 다가가 허겁지겁 밥그릇을 비웠다. ⓒ전진호 기자‘사설 감옥’서 방치된 채 살아온 세월이 십 수 년...

여성생활인 대부분이 뼈만 앙상할 정도로 야위어 있는 등 건강상태도 심각해보였다.
식사를 어떻게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한 여성생활인은 “아침과 저녁은 밥을 먹는데, 점심은 라면 두어 개씩 끓여서 나눠먹고 있다. 여성들은 대부분 점심을 안 먹고, 먹어도 라면 국물에 밥 말아서 먹는 수준.”이라고 답했다. 확인결과 실제로 라면 2개를 끓여 남성생활인 2명만 먹었으며, 장애가 심한 남성생활인과 여성생활인들은 이들이 먹는 모습만 구경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최전도사는 “먹는 것은 내가 챙겨서 넣어주면 알아서 해먹기 때문에 굶거나 하는 일은 없다. 안 먹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다.”라고 주장했으나, 최전도사나 방장의 지시가 있지 않으면 먹는 것조차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동안 ㅅ교회에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이들만 6명. 이중 1990년도에 사망한 이의 사망원인이 ‘영양결핍’과 ‘욕창’인 것으로 봤을 때 그간의 생활상이 어땠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 생활인들이 사용한 칫솔. 칫솔을 비롯해 의복, 신발, 심지어 속옷까지 돌려입은 것으로 보인다. ⓒ전진호 기자
그렇다면 영화 ‘올드보이’에 등장한 ‘사설 감옥’과 같은 시설을 운영하며 최전도사가 벌어들이는 수입은 얼마였을까.

14명의 생활인 중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는 총 7명, 이들로부터 월 266여만 원을 거둬들이고 있었으며, 비수급자에게는 십일조 명목으로 10여만 원씩을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돈으로 최전도사는 아들의 대학교 학비를 비롯해 용돈, 차량구입비 등 대부분을 개인생활비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 하더라도 건물 임대료 수준에 불과한 액수를 벌기위해 시설을 운영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2009년 시설폐쇄 청문회가 열리기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매달 장애수당과 기초생활수급비로 월 500여만 원을 거둬들이고 있었으며, 이전에는 더욱 많은 생활인들이 생활해왔던 점을 미뤄 생각해본다면 ▲사회복지사 자격증 획득 ▲현재 건물에 엘리베이터 등이 설치된다면 개인운영신고시설로 전환해 예전과 같은 ‘영화(榮華)’를 누리려는 의도가 아니었는지 추측해볼 수 있다.

어쨌거나 최전도사는 지난 1984년 부랑인 시설을 시작으로 지적, 정신장애인, 노숙인 등을 수용한 ‘사설 감옥’을 20여 년간 운영하며 번 돈으로 자식들을 공부시키고, 2억8천여만원짜리 건물까지 매입할 수 있었다. 생활인들의 삶은 어떻든 상관없이 말이다.

民官합동 조사단, 2일 ㅅ교회 강제폐쇄나서

미신고장애인생활시설 민관합동 조사단이 ㅅ교회의 운영상태, 생활인 면담 등을 종합한 결과 ▲생활인의 수급비를 시설장 개인이 유용하고 있었으며 ▲감금, 방임, 열악한 생활환경 등 인권침해 상황이 두드러졌고 ▲이미 폐쇄명령이 내려진 점 ▲성폭행 의혹 등을 이유로 생활인들의 긴급분리조치가 필요하다고 결정, 강제폐쇄를 집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수십여 년 간 절대 권력자의 명령에 길들여진 채 ‘로봇’과 같이 생활해온 생활인들을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또 인가시설에 입소하려면 돈을 내야 하는 비수급자의 경우사실상 가족과의 인연이 끊어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비용문제로 인해 마땅히 갈 곳 없는 문제가 발생했다. 게다가 ㅅ교회에서 나고 자란 아동 3명은 비장애인이거나 부모와 장애유형이 달라 함께 시설에 입소할 수 없어 ‘생이별’ 해야 하는 난관에 부딪혔다.

결국 ▲아동들은 아동학대예방센터 등 관계 전문가와의 지속적인 상담을 통한 거주지 이전을 결정 ▲비수급자 대부분이 가족과의 교류 없이 10여년 이상 ㅅ교회에서 생활해왔던 점 등을 감안해 수급대상자로 변경 후 인가시설로의 입소 등을 결정하고 긴급 분리조치에 들어가 첫날인 지난달 30일, 4명의 남녀 생활인을 전원조치한데 이어 지난 2일 가족에게 인계하기로 한 1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을 임시거처와 병원으로 분리 조치했다.

   ▲ 분리조치를 가장 강하게 반발했던 김모씨는 한참만에야 전원조치에 동의했다. 그러나 영양실조 등 건강상태가 의심돼 119구급대의 도움으로 병원으로 옮겨져 건강검진을 받았다 ⓒ전진호 기자   ▲ 언제 외출을 해봤는지, 신발장에는 본인의 신발이 없었다. 결국 이 생활인은 신발장에 있던 신발 중 아무거나 골라 신고 시설을 나섰다. ⓒ전진호 기자   ▲ 임시거처로 가기위해 시설에서 나온 생활인. 차에 타기전, 한참동안 시설을 바라보고 있었다 ⓒ전진호 기자   ▲ 끝까지 전원조치를 거부했던 것과 달리 병원으로 옮겨져 건강검진을 마치고 나자 한결 밝은 표정으로 조사단을 맞았다. 자신의 옛 사진을 보여주며 조사단에게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도. ⓒ전진호 기자빈곤장애인도 지역사회서 생활할 수 있는 시스템 작동 시급

민관합동 조사단의 한 관계자는 “생활인의 수급비 통장과 도장을 최전도사가 관리하며 마음대로 사용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가 생활인들의 급여관리자로 지정된 서류가 버젓이 비치돼 있었던 점은 그동안 관계 관청에서 ㅅ교회에서 생활하고 있는 장애인들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었다는 명백한 증거.”라며 “특히 지역주민으로부터 ‘사람을 감금한다’고 신고가 들어갈 만큼 악명 높았던 ㅅ교회를 ‘행정적인 한계’를 이유로 시설폐쇄 명령 이외의 강도 높은 조치를 하지 않은 채 뒷짐만 지고 있던 관계관청의 태도는 결국 생활인들을 ‘잉여인간’ 취급했기 때문.”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ㅅ교회를 비롯한 대부분의 미신고장애인생활시설에서 나타나는 양상을 살펴보면 ▲인가시설에 갈 수 없는 비수급자들이 대거 미신고장애인생활시설로 몰리고 있으며 ▲장애가 있는 부모와 함께 시설에서 거주하고 있는 아동들의 수도 상당한 것을 확인했다.”며 “가족의 부양능력이 없거나, 부모 사후 오갈 데 없는 이들, 중증장애로 인해 지역사회에서 생활하지 못하고 미신고장애인생활시설이나 개인운영신고시설로 떠밀려 사실상 생을 마감하게 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일시보호 쉼터, 그룹홈 확대, 임대주택 확대 등 단기적인 대책과 아울러 지역사회에서 이들이 생활할 수 있는 시스템들이 제대로 작동되어야만 해결할 수 있으며, 수급대상자가 아니면 생존자체가 어려운 이들이 가족들의 재산 때문에 수급권자에서 탈락되는 현재의 제도 개선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