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동사무소 가서 등본신청하니 기분 남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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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0-12-29 16:27 조회8,89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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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무소 가서 등본신청하니 기분 남달라"
시설 나온 중증장애인 세명, 은평구 첫 체험홈에 둥지
"탈시설장애인과 멘토 등 자립생활 도울 것"
2010.12.28 20:30 입력 | 2010.12.28 19:1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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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은평구 체험홈이 문을 열었다.

 

“어제 체험홈을 오는데 눈이 많이 와서 약간 고생했지만 이렇게 체험홈에 오니 좋아요. 앞으로 야학에서 공부하고 싶어요.” (김석호, 38)

“어제 동사무소 가서 등본을 신청하니 기분이 남달랐어요. 저와 석호형은 같은 시설에서 30여 년을 살아서 형제 같아요. 저는 석호형만 있으면 문제없어요. 서로 도우면서 잘 살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자립생활가정에 가고 최종적으로 독립하는 게 꿈이에요.” (김성북, 36)

“뇌졸중으로 중도 장애인으로 시설에 들어간 지 8년 만에 나왔습니다. 동료상담과 자조모임 등에 열심히 참여해서 자립생활에 성공하고 싶어요. 서울시, 구청관계자분들이 지속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시길 바랍니다.” (이성진, 53)

 

은평구에 최초로 장애인 자립생활을 위한 체험홈이 생겼다. 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은평구 녹번동 34평 빌라 1층에 체험홈을 열고 28일 개소식을 열었다. 은평구 체험홈에는 ‘은평재활원’에서 나온 김석호, 김성북 씨와 ‘평화로운집’에서 나온 이성진 씨 등 중증장애인 세 명이 둥지를 틀었다.

이날 개소식에는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 은평구청, 서울시복지재단, 다른 지역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등 30여 명이 모여 은평구 체험홈 개소를 축하했다.

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용기 소장은 인사말에서 “시설에서 나와 자립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이분들이 오히려 지역사회생활을 불편해할까 봐 걱정이 돼 주거환경개선에 신경 썼으며, 이미 탈시설해 지역사회에서 사는 분들과 멘토를 맺어 지역사회적응을 돕도록 힘쓰겠다”라고 밝혔다.

최 소장은 “그러나 아직 한 분이 장애등급재심사에서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며, 활동보조도 한 분이 100시간 받은 거 외에는 활동보조서비스를 받기까지 몇 달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제도권에 긴급지원을 요청해봤자 의료지원, 생활비지원에 그치는 등 장애인에게 필요한 실질적 도움이 없고, 2년 후 계약이 끝나면 체험홈 유지가 불투명한 상황이라 앞으로 장애인 자립생활을 위해서는 투쟁만이 살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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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용기 소장과 입소자들이 인삿말을 하고 있다.

서울시복지재단 김영수 팀장은 “서울시에서 작년 3개의 체험홈을 시작으로 올해 상반기 6개, 하반기 6개 등 총 15개의 체험홈이 개소했으며, 지난 7월 한 가구가 자립생활가정으로 이전한 데 이어 오는 30일 두 가구도 자립생활가정으로 이전하는 등의 성과를 보였다”라고 소개했다.

김 팀장은 “서울시복지재단이 올해 5월 본격적으로 조직됐고 운영이나 지원에 미흡한 점이 많으나, 앞으로 많은 분들이 자립생활가정을 거쳐 본격적으로 독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소식 후에는 탈시설한 장애인과 은평구 체험홈에 입주한 세 명과의 멘토맺기 시간이 이어졌다.

‘갖고 있는 돈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하느냐?’,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적응해 나가야 하나?’ 등 체험홈 입소자들은 평소 궁금했던 점을 멘토들에게 물으며 눈을 빛냈다. 이들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모임을 하기로 했다.

한편 은평구 체험홈은 지난 9월 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서울시복지재단의 사업자모집에 지원해 11월 1일 체험홈으로 선정됐다. 12월 초에 한국장애인개발원이 현장실사 통해 방문턱과 화장실, 싱크대 등 주거환경공사를 마쳤으며 입소자들은 27일 주소지 이전 등록을 했다.

1,000만 원 보증금에 월세 100만 원으로 2년 계약됐다. 보증금은 센터에서, 월세는 서울시복지재단에서 지원한다. 입소 전 복지재단에서 물품비 500여만 원을 지원했으며, 매월 코디네이터 인건비와 월세, 공과금을 합해 280여만 원을 지원한다.

입소자 세 명 중 두 명은 수급권 신청해 통과됐으나 이성진 씨가 부양의무자 문제로 아직 통과되지 않아 서울시복지재단에서 첫 달 생활비 20만 원 등 세 명의 첫 생활비 60만 원도 지원한다.

이성진 씨는 “활동보조서비스가 지원되지 않아 밤에 화장실을 못 가서 통에 해결하고 옷도 잘 못 갈아입는 등 불편함이 크지만, 자립생활을 향한 꿈이 크다”라며 “어서 경제적 문제와 활동지원서비스가 해결됐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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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식 후 이뤄진 멘토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