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점거 활동가들, 경찰 출석요구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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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1-01-03 16:37 조회8,69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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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에 대한 업무방해, 퇴거불응 등 피의사건(인권위원회)에 관하여 문의할 일이 있으니 2011. 1. 3. 14:00 시에 당서 수사과 지능팀으로 출석하기 바랍니다.”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와 장애인활동지원법의 올바른 제정을 요구하며 지난 11월 4일부터 12월 10일까지 인권위에서 점거농성을 진행한 장애인단체 활동가들에게 경찰의 출석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이번 수사는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라이트코리아, 6.25남침피해유족회 등 보수단체가 지난 10일 인권위 사무실을 불법점거하고 업무를 방해했다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대표와 간부들을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2일 밤 9시 30분경부터 3일 오후까지 장애인단체 활동가 150여 명이 인권위가 자리한 서울 중구 금세기빌딩 8층부터 12층까지 출입구를 막고 현병철 위원장의 퇴진을 요구하자, 인권위도 남대문경찰서에 강제해산을 위한 공권력 투입과 사법처리를 요청한 바 있다.
지금까지 출석요구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된 활동가는 십여 명이다. 이에 대해 전장연의 한 활동가는 “신원을 확인하는 대로 무차별적으로 출석요구서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얼마나 많은 활동가들이 출석요구서를 받을지는 짐작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28일 출석요구서를 받은 장애인 활동가는 “얼마 전부터 출석요구서를 받은 사람들이 ‘너도 받았느냐?’ 라고 물었다”라면서 “인권위에서 나올 때 카메라를 들고 채증을 하던 경찰들을 보았기에 출석요구서가 나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출석요구서를) 받으니 당황스럽다”라고 심정을 밝혔다.
이미 3차 출석요구서까지 받은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뉴라이트 계열 보수단체 고발을 통해 우리를 탄압하려는 인권위와 경찰의 모습은 폭력적"이라며 "생존이 걸린 장애인활동지원법을 올바르게 제정하기 위해 힘겹게 인권위 투쟁을 진행했던 중증장애인들에게 출석요구서를 남발하는 경찰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중증장애인의 농성에 활동보조를 했을 뿐인 데도 이번에 출석요구서를 받은 한 활동보조인은 "이용자가 경찰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이용자의 안전이 우려돼 옆에 가만히 서 있었다"라면서 "이 과정에서 경찰이 채증해 출석요구서가 온 것 같은데, 활동보조인에게까지 출석요구서를 남발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홍권호 기자 shuita@bemino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