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스스로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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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1-06-03 17:10 조회8,36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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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인사동 청각장애인 노점상 손병철 씨 인터뷰
“철거 용역이 언제 올지 몰라 불안해요”
2011.06.02 17:23 입력 | 2011.06.02 18:5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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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길에서 풀빵 장사를 하고 있는 손병철 씨, 김경숙 씨 부부.

 

풀빵 장사로 외동아들을 대학까지 보냈다. 풀빵 맛을 잊지 못해 한국에 다시 왔다는 외국인도 있었다. 지난 대선 때는 '풀빵 장사를 해봤다'는 이명박 대통령이 찾아와 일일 노점상을 자처했다. 대통령과 함께 TV에도 나왔다.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노점에 붙여놓고 손님들에게 자랑스레 얘기해줬다.

 

“철거 용역이 언제 올지 몰라 불안해요.”

 

지난 1일 인사동에서 15년째 풀빵 노점을 운영하는 손병철 씨(54세, 청각언어장애 1급)를 만났다. 손 씨와 함께 장사하는 아내 김경숙 씨도 1급 청각장애인이다. 손 씨는 노점단속반원이 온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분위기가 조용하다며, 낌새가 이상하다고 말했다.

 

종로구청은 지난 5월 24일과 25일, 이틀간 100여 명의 용역을 동원해 인사동 네거리부터 북쪽 광장에 이르는 길의 노점을 철거하려 했다. 이에 맞서는 노점상들과 용역이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병원에 실려간 사람도 있었다. 이틀 동안의 충돌로 이 거리의 노점 매대가 대부분 망가졌다.

 

종로구는 사람들의 통행에 불편을 주고 혼잡하다는 이유로 인사동의 노점상들에게 근처 특화거리로 이동하라고 하지만, 노점상들은 특화거리에선 장사가 안된다며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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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철 씨는 “장애인이라서 도움받는 것은 싫다. 스스로 일해서 먹고 살고 싶다.”라고 말했다.

 

손병철 씨는 지난 4월 지금의 자리에서 장사를 계속하게 해달라는 편지를 청와대에 부쳤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즈음해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자 청와대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도록 종로구에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별다른 변화는 없었어요. 대통령이 구청에 부탁을 한 걸로 아는데, 청와대와 구청 간에 소통이 잘 안 된 것 같아요.”

 

종로구는 지난해 11월 인사동길을 주말에 '차없는 거리'로 만들었던 것을 평일에도 확대해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연말까지 인사동에 있는 노점상을 모두 옮기고 올해 4월부터 차량 통행을 제한할 계획이었지만, 노점상 이전 문제로 ‘차없는 거리’의 평일 확대 운영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고 종로구 측은 밝혔다.

 

그러나 종로지역상인연합회 이영석 감사는 “종로구에서 옮기라는 곳은 장사가 안되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라며 “노점의 매대 크기를 줄이고 인사동 전체 거리에 분산 배치하겠다는 우리의 주장을 종로구에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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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2006년 노점 지붕에 직접 쓴 '이명박 빵집'.

 

손병철 씨는 “노점은 사람들 통행에 큰 불편을 주지 않는데, 노점까지 없앨 필요가 있나”라고 반문하며 “원래 있던 곳에서 장사하도록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능력 있는 비장애인도 아니고, 부모님이 잘 살아 유산을 물려준 것도 없고 해서 저 스스로 먹고살아야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최근 매일같이 취재 요청이 온다는 손 씨는 “장애인이다 보니 특별히 관심 받는 것 같아 부담스럽다”라면서 “장애인이라서 도움받는 것은 싫다. 스스로 일해서 먹고 살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손 씨는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2년도 안 남았는데, 정책적인 면이 아닌 제 개인한테 관심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나라를 잘 돌봐 좋은 나라로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손 씨는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하면 장사를 더 이상 못할 것 같다”라며 “노점을 접고 막노동이라도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하소연했다.

 

이 대통령이 직접 썼다는 손 씨의 노점 매대 '이명박 빵집' 지붕은 최근 단속 나온 용역들에 의해 산산이 부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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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철 씨는 이명박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노점에 붙여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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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철거 과정에서 손병철 씨 노점의 지붕이 떨어져 나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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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철거가 끝난 뒤, 손병철 씨가 이명박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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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철거 과정에서 인사동 네거리 위쪽의 노점들이 대부분 부서졌다.


정대성 기자 jds@bemino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