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장애인 성폭력 사건은 가해자와 격리시켜 피해자를 보호하는 게 최우선이에요. 그러려면 가해자를 구속하는 것이 옳죠."
광주 남부경찰서 형사과 고상철 경사는 3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장애인 성폭력 사건은 지인에 의해 지속적으로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해자와의 격리를 강조했다.
장애인 성폭력 피해사건만 십여 차례 이상 전담한 고 경사는 영화 <도가니>의 실제 모델인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을 처음 수사한 경찰이다.
그는 이날 개소 10주년을 맞은 광주여성장애인 성폭력상담소로부터 여성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 권익보호와 인권향상에 앞장서온 공로를 인정받아 표창장을 받았다.
지난 2005년, 사건을 제보받은 고 경사는 오명란 전 상담소장과 함께 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학교 측에 아이들과의 면담을 요청하면 "외출 나갔다"며 만남을 회피했고 아이들의 집에 찾아가도 부모와 살지 않는 경우가 많아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고 경사는 제보한 보육교사의 당직 날에 맞춰 저녁에 학교 앞 식당에서 아이들을 만나 진술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장애인 피해자의 경우 진술받는 게 상당히 어렵다"며 "당시 항상 수화통역사를 대동하긴 했지만, 청각장애학생들이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 경사는 아이들의 표정과 몸짓에서 그때의 고통이 느껴져 자신 역시 고통스러웠다고 회상했다.
경찰 수사가 영화 속에서 일부 왜곡된 것에 대해 자신이 떳떳하니 신경 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이들과 접촉해 초기 수사하는 데 4개월이 걸렸지만 끝까지 진실을 파헤치고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한 고 경사는 "경찰관이자 자식을 둔 부모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쑥스러워했다.
그는 장애인의 경우 직접 피해호소를 하기 어려운 처지 속에 지속적으로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변의 관심을 당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