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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률적인 복지가 위기 가정 방치하고 있다 (함께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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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2-03-08 11:05 조회9,02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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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률적인 복지가 위기 가정 방치하고 있다
치료 필요한데 병원 갈 수 없는 한 장애인 가정 사연
newsdaybox_top.gif 2012년 02월 29일 (수) 10:39:59 글/김강원 인권센터 간사, 사진/이승현 기자 btn_sendmail.gif walktour21@naver.com newsdaybox_dn.gif

방치된 장애인 가정, 해답이 없다

   
▲ 다운증후군 장애인 박아무개군(21)
2월 초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 경기도 부천시 무한돌봄센터 관계자의 제보가 접수됐다.

“관내에 다운증후군 장애인 아들이 있는 가정이 있는데, 장애인 아들이 어머니에 의해 사실상 감금된 채 10년째 바깥출입을 못하고 있고, 또 장애인 아들이 고도 비만으로 호흡곤란 증상을 보여 이대로 놔두면 사망 위험이 있기 때문에 시급한 병원 입원 치료가 필요한데, 어머니가 아들의 입원 치료를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다”며 “와서 어머니를 설득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이어 관계자는 “어머니도 발작성 공황장애와 우울증, 알코올의존증 등의 심각한 정신적 문제를 안고 있고, 또 12세인 장애인의 여동생도 경계성 지능장애를 가지고 있는데도 가정에서 제대로 된 양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요청을 받고 현장에 갔다. 이 가정은 부천역사 앞 인근에 살고 있었다. 노후 된 단독주택에 살고 있고 “아는 사람의 배려로 보증금 없이 월 20만원만 내고 살고 있다”는 게 동행한 돌봄센터 관계자 얘기였다.

현장에 갔을 때 올해 21세 다운증후군 장애인 박아무개 군은 주방에서 반찬도 없이 허겁지겁 자장면을 먹고 있었다. 현관문 근처에는 박 군이 대변처리를 못 해 더럽혀진 이불 몇 채가 동그마니 놓여 있었다.

다운증후군 장애인 박 군은 153㎝의 키에 110㎏이 넘는 초고도의 비만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손과 발은 때가 찌들어 시커멓고, “비만 때문에 몸에 맞는 옷이 없어 거의 벗고 지낼 때가 잦다”는 게 박 군 어머니 얘기였다.

가서 본 박 군은 비만으로 말미암은 호흡곤란 때문에 숨쉬기를 매우 힘들어하고 있었다.

“박 군은 호흡곤란 때문에 밤에 거의 잠을 자지 못하며, 대신 낮 동안 앉아서 꾸벅꾸벅 졸면서 잠을 자고, 깨어있을 때에는 온종일 텔레비전만 쳐다보며 지낸다”는 게 박 군 어머니 얘기였다.

“비만 때문에 숨쉬기도 힘든 데도, 박 군은 밤에 어머니가 잠든 사이에 냉장고 등을 뒤져 먹을 것을 마구 폭식하고 있다”는 게 이어진 어머니 얘기였다.

돌봄센터 관계자와 함께 박 군 어머니를 상대로 “박 군을 병원에 입원시켜서 종합검진과 치료를 받게 해야 한다”고 계속 설득했다. 하지만 박 군 어머니는 “아들을 병원에 보낼 수 없다”며 완강하게 거부했다.

그 이유를 박 군 어머니는 “예전에 아들을 병원에 입원시킨 적이 있었는데, 의사들이 아들의 혈관을 찾지 못해 주사기로 몸 온갖 곳을 찔러보는 등, 아들을 마치 실험용 동물 취급을 하고, 무엇보다 아들이 그 과정을 힘들어하면서 우는데, 옆에서 차마 그 모습을 지켜볼 수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또 “내가 공황장애를 가지고 있어, 병원에서 아들 병간호를 할 수가 없는 상태이고, 재작년에 발 수술 때문에 아들을 한 번 병원에 입원시킨 적이 있었는데, 당시 의료보호 환자기 때문에 병원 다인실에 입원할 수밖에 없었는데, 아들이 호흡곤란으로 밤에 매우 거친 숨소리를 토해냈고 심한 코골이를 해서 함께 입원한 환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고 주장했다.

 

맞춤형 복지가 지원돼야 가정 위기 해소

이 가정은 가진 재산은 전혀 없었지만,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돼 현재 3인 가구 최저 생계비 월 120만원과 장애연금 15만원을 받아 생활하고 있었다.

그 밖에도 돌봄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문화바우처 서비스와 방문학습 도우미, 방문운동지원서비스 등의 복지서비스도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즉 현재의 복지제도 내에서 지원할 수 있는 모든 복지혜택을 이 가정에 제공하고 있다는 게 돌봄센터 관계자 주장이었다.

최저 생계비가 지원되고, 여러 가지 복지혜택이 제공되고 있다고 하지만, 이 가정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장애인이 사실상 집 안에서만 갇혀 지내고 있는데다 운동과 치료, 그리고 교육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장애자녀를 감당할 만한 정신적, 물질적 능력이 모자란 어머니가 장애인을 돌보고 있다는 점도 큰 문제다.

따라서 일률적인 복지가 아닌 위기에 처한 가정에 맞는 맞춤형 복지정책과 제도가 시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이 가정을 예로 들면, 우선 어머니는 아들을 병원에 입원시키는 걸 거부하고 있지만, 상황을 보면 장애인의 병원치료가 꼭 필요하고, 그래서 병원 다인실이 아닌 1인실에 입원시켜서 치료를 받게 하는 게 필요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비용 문제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 의료보호 환자는 무조건 다인실에만 입원할 수 있다는 현 제도를 환자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또 돌봄센터 관계자 말과 달리 박 군 어머니는 아들을 학대하는 게 아니라 아끼고 있었다. 그래서 아들의 치료와 재활, 교육, 체중감량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싶어 하는데 방법을 몰라 하고 있었다. 이 점에 주목해 자치단체가 이 가정에 후견인을 선정해 줘서 지속적인 상담 서비스 제공과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이 가정에 더욱 특화된 복지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