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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풀이되는 지적장애인 인신매매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함께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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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1-06-02 13:34 조회6,97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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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풀이되는 지적장애인 인신매매 끝이 보이지 않는다
지적장애인 인신매매와 학대로 6명 구속된 사건 뒷얘기
newsdaybox_top.gif 2011년 05월 31일 (화) 10:30:25 이태곤 기자 btn_sendmail.gif a35270@hanmail.net newsdaybox_dn.gif

  지적장애인을 낙도 어선 등에 팔아넘긴 인신매매범 일당이 부산해양경찰서에 대거 적발됐다.

  지난 30일 부산해양경찰서는 지적장애인에게 빚을 지게 한 뒤 낙도 어선에 팔아넘긴 혐의로 무허가 직업소개업자 김 모(53세) 씨와, 김씨에게서 지적장애인을 넘겨받아 어선에서 일하게 한 선주 이 모(54세) 씨 등 4명을 구속하고 3명을 입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또 부산 해경은 일하는 게 서툴다며 지적장애인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선원 3명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즉 적발한 장애인 인신매매 사건으로 6명을 구속하고,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는 게 부산해경 발표다.

  그런데 이번에 구속된 무허가 직업소개소 업주 김모 씨에게는 특이하게도 직업안정법 위반 혐의 외에도 성매매알선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적용 됐다. 그렇게 된 까닭은 김모 씨가 지적장애 2급인 29세 A씨를 유인하는 과정에서 A씨에게 술을 먹이고 성매매를 알선해 이틀 만에 340만원의 빚을 지게 했기 때문이다.

  빚을 지고 어선에 팔린 지적장애인 A씨는 그 후 배에서 선원들에게 올가미에 묶여  끌려 다니는 등 무자비한 구타를 당한 것으로 드러나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언론에 드러나지 않은 또 다른 지적장애인 피해자가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사건을 수사한 부산해양경찰서 조 모 형사에 따르면, 지적장애인 A씨 외에도 또 다른 지적장애인, 즉 지적장애 3급의 장애를 갖고 있고, 올해 36세인 B씨라는 피해자가 있다고 한다.

  그는 A씨와 마찬가지로, 생활정보지의 배를 타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부산에 있는 모 직업소개소를 찾아갔고, 업주가 A씨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2백만원 빚을 지게 한 뒤 어선에 팔아넘겼다고 하는데, 하지만  B씨를 넘겨받은 선주는 그가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집으로 가라고 돌려보냈고, 그 과정에서 직업소개소 업주가 B 모 씨에게 신체포기 각서를 쓰게 했다. 그런 다음 그를 다른 배에 팔아넘기려다 이번 수사에서 적발됐다는 것이다. 일이 자칫 잘못 됐으면 지적장애인 B씨는 지금 망망대해에서 A씨처럼 학대를 당하게 됐을 수도 있었다는 것이 경찰 얘기다.

  주로 지적장애인들이 인신매매 사건의 희생자가 되는 이유는 짐작하겠지만, 어선을 타고 고기를 잡는 일이 힘들고 고단한 일이다 보니 사람들이 배 타는 일을 꺼리며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지적장애인들과 노숙인 등 사회적 소외계층이 인신매매 타깃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이 밝힌 지적장애인 인신매매 과정은 이렇다. 부산 해경 조 모 형사에 따르면, 이번에 구해낸 A씨의 경우 2008년 7월 부산에 있는 집을 나왔다고 한다. 집을 나온 그는 생활정보지에서 고기 잡는 어선을 타면 월급을 많이 준다는 광고를 보고 직업소개소를 찾아갔고, 업주가 그를 유인해서 성매매 등으로 빚을 지게 한 뒤 처음에는 군산 쪽에 있는 새우잡이 배에 그를 팔아넘겼다고 한다. 

  이렇게 지금 집을 나와 직업소개소를 찾아가고, 직업소개소가 유인 후 빚을 지게 한 뒤 어선에 팔아넘기는, 이런 과정을 지금 적지 않은 수의 지적장애인들이 되풀이 하고 있다는 게 조 형사 지적이었다.

  그에 따르면, 인신매매를 당하는 지적장애인들은 주로 30대 초반에서 40대까지의 연령대를 가지고 있다고 하며, 지적장애인들이 인신매매돼서 배에 타게 되면 고기 잡는 일보다는 다른 선원들이, 이런저런 잔심부름을 시키거나 뒤치다꺼리 일을 맡긴다고 한다. 

  또 다 그렇지는 않지만 배에 탄 지적장애인들이 애꿎게 비장애인 선원들의 화풀이 대상이 되기도 한다는 게 조 형사의 지적이다. 이번에 구출된 A씨의 경우 선원들에 의해 손목과 목에 줄이 묶인 채 끌려 다니고, 찬 겨울에 선원들이 호스로 바닷물을 끌어 와서 그의 몸에 뿌리고, 심지어 구타하는 것도 모자라 상시적으로 그의 얼굴에 가래침까지 뱉었다고 한다. 구출 당시 A씨는 귀에서 출혈 자국이 발견됐고, 얼굴도 멍든 상태로 발견됐다는 게 조 형사의 지적이었다.

  지적장애인 인신매매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성인이 된 지적장애인들이 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부산 해양경찰서에 따르면 2007년에도 이번 사건과 비슷한 사건을 적발해서 경찰이 배에서 학대를 당하고 있던 지적장애인 여섯 명을 구해낸 사례가 있다고 한다. 또한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A씨의 경우 이전에도 두 차례나 인신매매를 당했던 사실이 경찰 조사 결과 밝혀지기도 했다. 

  이렇게 끊임없이 지적장애인들이 인신매매 대상이 되고 있는 배경에는, 갈 곳 없는 성인 지적장애인들의 암울한 현실이 일차적인 원인으로 존재한다고 지적할 수 있겠다. 이번 사건의 경우 두 지적장애인 모두 어머니가 없는 가정에서 살고 있었다고 하는데,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후유증을 앓고 있어서 지적장애인을 돌볼 형편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의 이 말은 경제적인 형편이 어려운 집에 살고 있는 성인 지적장애인의 경우 사실상 아무 대책 없이 방치돼 있다는 점을 알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래서 지적장애인들이 집을 벗어나서 거리를 방황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인신매매 대상이 돼서 배를 타게 되고, 여성 지적장애인들의 경우는 성폭력 피해자가 되는 일이 되풀이 되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겠다.

  부산 해경 조 모 형사는 지적장애인들에게 사회적 관심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으로서는 조 형사와 똑같은 말로 성인이 된 지적장애인들에 대해 그 무엇이 됐든 사회적인 관심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지적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