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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공부대신 밤샘 알바 "그래도 가족은 나의 힘(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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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1-05-23 16:55 조회5,65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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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공부대신 밤샘 알바 "그래도 가족은 나의 힘" [가정의 달 기획특집④ ] 고3 소년가장 김군 "나는 못배워도 동생들만은 공부 잘했으면.."

가족은 축복이다. 가족의 품 안에서 우리가 희망을 얻고, 위안 받고, 성장하기 때문이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가족'의 힘으로 역경을 딛고 일어선 훈훈한 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편집자 주]

올해 19살인 김모 군. 한창 잠이 많을 나이지만, 평일 닷새 중에 사흘은 당구장에서 밤새 일하느라 늘 피곤에 지쳐 있다.

주말에는 피자, 치킨 배달을 하느라 잠시 앉아 있을 틈도 없다.

올해 고3이지만, 또래 친구들처럼 대학 생활을 꿈꿀 수 없다.

네 식구를 먹여살려야 하는 가장이기 때문이다.

생활보호대상자로 선정돼 매달 80만 원을 받지만, 단칸방 월세로 30만 원을 내고 나면 한 달 살이가 막막할 뿐, 결국 김군은 오늘도 수업을 마치고 아르바이트를 하러 간다.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온 서울 강동구의 반지하 단칸방, 4평 남짓한 좁은 공간은 입구부터 쓰레기 더미로 발디딜 틈이 없다.

정신이 온전치 못한 어머니가 동네 쓰레기를 잔뜩 주워 집에 가져오기 때문이다.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의 어머니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 김군은 항상 어머니가 걱정이다.

일하면서도 늘 신경이 쓰여, 시간나는 대로 확인하고 집에 들어와서 보고 간다.

정신이 온전치 않은 어머니와 의붓 동생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사는 고3 가장의 일상(日常)이다.

오는 12월이면 그나마 살던 이 집에서도 나가야 한다.

몇 군데 겨우 집을 얻어 계약을 하러 갔지만 집 주인이 어머니의 모습을 보더니 거절하고 말았다.

하루하루가 걱정이지만 추운 겨울 이사갈 집 없이 쫓겨날까 항상 걱정이 앞선다.

식사도 챙겨주는 사람이 없어 동생들은 자원봉사자들이 가져다주는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고 김군은 아르바이트 나간 곳에서 겨우 허기를 메우곤 한다.

김군에게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이 무엇인지 물었다. 김 군의 대답은 의외로 소박했다. "자장면이요"

왜 자장면일까. 당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손님들이 자장면을 시켜먹는 모습을 보는데, 자장면 냄새를 맡으면 정말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일해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해 음식점 배달 일부터 안 해 본 일이 없다는 김군은 일찍이 어려운 가정환경을 인정해 버릿 탓에 공부와 멀어진 지 오래지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겠다는 의지로 가득하다.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이 아깝죠. 저야 친구들 공부할 때 일을 해버리니 친구들이 나보다 나중에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겠지만 나는 지금 조금씩 해서 '덜 떨어지게', 그러니까 많이 떨어지지 않고 지금이라도 차이를 좁혀나간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죠. 내가 나중에 내 친구들 만나 의사한다 뭐한다할 때 나는 작은 가게한다 이런 식의 얘기할 정도로요. 3,40 넘어 알바한다고 할 수는 없잖아요"라며 웃어 보인다.

너무 빨리 철들어 버린 이 열아홉 소년은 자신이 남들보다 뒤쳐진다는 생각은 벌써 오래 전부터 인정해버린 듯 싶다.

1점이라도 더 올려서 남들보다 '앞서가려는' 친구들 틈에서 이 소년은 남들보다 '많이 뒤처지지 않으려고' 하루종일 아르바이트에, 가족 뒷바라지까지 책임지고 산다.

나는 못 배워도 동생들만은 공부를 잘 했으면 하는 것이 김군의 바람이다.

"부족한 거 다 해줄테니 공부만 잘했으면, 하고 싶은 거 다하게 해줄테니 공부만 열심히 해라"고 동생들에게 늘 이야기한다.

얼마 전엔 중학생인 동생의 시험성적이 나빠 어머니 대신 직접 혼을 내기도 했다.

김 군의 소망은 아직까지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를 한 번이라도 만나보고 싶은 것이다.

"솔직히 한번, 내 아버지가 얼굴이 어떻게 생겼고 지금 뭘하고 있구나 보고 싶어요. 만나서 뭐라 하고 싶은게 아니라 내 아버지의 얼굴을 한 번 보고 싶은 거죠. 엄마께서 늘 제가 아버지와 꼭 닮았다고 하셔요."

의붓 동생들이 이혼한 새아버지를 만나면 부러운게 솔직한 심정이다.

◈ "나를 지탱할 수 있는 힘은 그래도 '가족'"

또래들과는 너무도 다른 삶을 사는 김군에게 가족은 과연 뭘까? 물어봤다.

"저를 지탱할 수 밖에 없는 힘은 그래도 가족이예요. 만약 우리집이 잘 살고 가정만 안좋다면 어떻게 빠졌을지 몰라요. 가족이 좀 어렵고 힘들다는거 빠르게 느꼈고 제가 없어지면 안된다는걸 일찍이 알아버렸으니까"

모든 것을 자신이 책임져야 하지만 마음으로 서로 기댈 수 있는 가족이 있어 힘이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김군 가정을 돕고 있는 사회복지사 정진영씨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사랑을 주면 바른 길로 또 씩씩하게 가정을 환경을 잘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김군에게는 작은 꿈이 있다.

동생들이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뒷바라지해 평범한 삶을 살게 하는 것이 열아홉살 소년 가장의 바람이다. 고교를 졸업하면 당장 군대 문제가 걸려 늘 걱정이지만 여동생이 대학에 갈 때까지는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다.


"내가 좀 잘해서 얘들 좀 끌어올려주고 얘네가 힘들면 끌어주고 당겨주고 하는, 내가 힘들면 도와주고 얘들이 힘들면 내가 도와주고요. 형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