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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에 쓸쓸히 죽어 간 장애인 '발렌티노' (함께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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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1-04-25 17:21 조회6,25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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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에 쓸쓸히 죽어 간 장애인 '발렌티노'

목에 상처 입고 병원 찾아다니다 자택서 목 매 숨져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1-04-23 09: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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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사회부 조혜령 기자

장애인의 날인 지난 20일 밤 9시. 경기도 수원시 인계파출소로 휠체어를 탄 남성이 들어왔다.

술에 취한 그는 어눌한 말투로 "지갑을 잃어버렸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분실 신고를 하는 그의 목이 크게 찢어져 있는 것을 발견한 경찰이 "혹시 자해했냐"고 물었고 그는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김 씨는 곧 출동한 119 구급대원과 함께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병원에서는 "수술에 필요한 장비가 구비되어 있지 않다"라는 이유로 김 씨를 응급처치만 한 뒤 돌려보냈다.

인근 종합병원에서 봉합 치료를 받은 김 씨는 이튿날인 새벽 2시 집으로 귀가했고, 깨진 소주병과 먹다 만 족발이 뒹구는 12평 남짓의 단칸방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착한 '발렌티노', 외로움 컸다"

언어지체장애 2급 김명수(45·가명)씨의 세례명은 사랑의 성인 '발렌티노'였다. 그러나 장애인으로 살아온 그의 삶은 '사랑'보다는 '외로움'이 더 짙었다.

20살때 뇌수술로 중도 장애를 입게 된 김 씨는 지난 2006년 고관절 수술로 무릎 아래 오른쪽 다리까지 절단해 휠체어에 앉게 됐다. 한창 나이에 입은 후천적 장애로 상실감이 더했을 터였다.

미혼인 김 씨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정부에서 매달 30만 원의 지원금을 받아 혼자 생활해왔다.

지난 22일 수원시 인계동의 한 병원 지하 1층 장례식장. 새하얀 국화 가운데 사진으로만 남은 그를 찾는 이는 거의 없었다.

쓸쓸한 빈소에 휠체어를 탄 조문객 3명이 들어섰다.

수원중증장애인독립생활센터 한경숙(49) 회장은 그를 "친절한 사람이었다"고 기억하면서 "외로워 하던 그를 많이 챙겨주지 못한 게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한 회장은 그가 죽기 열흘 전 보낸 문자를 보여줬다. "회장님 술 먹었습니다. 모임 자주 못나옵니다."

"친절한 분이었어요. 다른 장애인들 휠체어도 밀어주고… 그런데 말씀을 못하시고 하니까 우울증이 온 것 같아요. 야학도 열심히 다니고 여자친구도 소개시켜 달라고 하던 분이…"

조문객 강 모(45)씨는 "혼자 지내던 김 씨가 종종 외로움을 표시했다"며 "무관심이 그를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동생이 왜 죽었는지 모르겠다"며 망연자실해 했다.

사건이 있던 20일 낮에 숨진 김 씨에게 점심을 먹이고 밑반찬을 싸서 보냈다는 누나(53·여·수원 거주)는 "하루 전에 본 동생이 갑자기 죽었다고 연락이 왔다"며 허탈해 했다.

그러면서 "평일에는 휠체어 고치는 곳에서 자원봉사했던 착한 동생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tooderigirl@cbs.co.kr/에이블뉴스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