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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규정하는 IQ에 의문을 던지다 (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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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2-12-10 17:17 조회9,53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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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규정하는 IQ에 의문을 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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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지수, 미국에 도입된 뒤 심각하게 왜곡돼
인간의 지적 능력을 점수화해서 서열 매기지 말아야
2012.12.07 02:21 입력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는 지난달 22일, 23일 이틀 동안 '장애인 교육철학 강좌'를 열었다. 장애인야학 교사를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강좌는 고병권 수유너머R 연구원, 노일경 방송통신대학교 연구원, 김도현 함께웃는날 편집장, 김치훈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정책실장 등이 강사로 나섰다. 이번 강좌의 내용을 살펴본다._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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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부모연대 김치훈 정책연구실장의 '발달장애인의 사회학' 강연 모습.
발달장애를 규정하는 유일의 척도, 지능지수(IQ)에 의문을 던지다

 

- 지적장애 1급 : 지능지수와 사회성숙지수가 34 이하인 사람으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의 적응이 현저하게 곤란하여 일생동안 타인의 보호가 필요한 사람.

- 지적장애 2급 : 지능지수와 사회성숙지수가 35 이상 49 이하인 사람으로 일상생활의 단순한 행동을 훈련시킬 수 있고, 어느 정도의 감독과 도움을 받으면 복잡하지 아니하고 특수기술을 요하지 아니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사람.

- 지적장애 3급 : 지능지수와 사회성숙지수가 50 이상 70 이하인 사람으로 교육을 통한 사회적·직업적 재활이 가능한 사람.

 

위 설명은 우리나라 지적장애 등급 판정 기준이다. 이 분류에 따르면 지능지수와 사회성숙지수가 71인 사람은 지적장애일까 아닐까? 이 70점과 71점의 차이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 줄 수 있는가? 이런 숫자들은 지적장애인의 삶에 어떻게 이바지할 수 있을까? 소위 객관적인 기준이라 불리는 이러한 점수들은 얼마나 타당성이 있는가?

 

이런 질문들에 대해 발달장애 개념이 출현하게 된 역사적 배경과 사회적 의미를 고찰해 보는 강의가 지난달 22일 늦은 4시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렸다.

 

'발달장애의 사회학 - 지적장애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강의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치훈 정책연구실장이 강사로 나섰다. 이 강의는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주최로 22일부터 이틀 동안 진행된 ‘장애인 교육철학 강좌’의 마지막 강의였다.

 

이날 김 정책연구실장은 미국의 두 다운증후군 청년의 삶에 대한 대화형식의 책 'Count Us In'의 한 구절을 소개하며 강의를 열었다.

 

”내가 태어났을 때 산부인과 의사는 내가 배울 수 없고 엄마, 아빠도 절대 볼 수 없으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나를 시설로 보내야 한다고 얘기했어요. (만일 내가 그 의사를 다시 보게 된다면)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할 거에요. 나는 바이올린을 켜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그림을 그리고, 피아노를 치고, 노래를 하고, 운동경기와 연극반에서 남과 경쟁을 하고, 많은 친구가 있고, 그리고 나는 충만한 삶을 살고 있다고…“

 

지능검사 결과를 기준으로 지적장애를 분류하는 기준은 자신의 삶이 충만하다고 말하는 발달장애인에게 무엇을 말해 줄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우리는 IQ라는 개념의 역사적, 정치적 맥락을 알아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

 

뇌, 인간능력을 측정하는 유일한 기준으로 떠오르다.

 

김 정책연구실장은 인간이 신과 믿음에 의존하지 않고도 진리를 추구할 수 있다고 여기는, 이른바 ‘과학적 인식’이 본격화된 19세기부터 사람이 타고나는 능력에 대한 과학적 접근이 이루어졌는데, 이때의 특징은 인간의 능력이 시작되는 출발점을 ‘뇌’로 보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시도되었던 것이 뇌의 모양을 재는 것이었다. 즉 두개골을 가지고 어떻게 진화되었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김 실장은 이런 방법이 얼핏 비과학적이라고 치부될 수도 있지만, 최근에도 머리 모양과 지적 능력은 여전히 사람들의 ‘과학적’ 관심거리라고 강조했다.

 

이 당시에는 뇌의 크기를 재는 방식으로 인간의 지적능력을 측정했다. 이 분야의 대표적인 연구자인 미국의 모턴(Samuel George Morton)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백인의 뇌가 가장 크고, 그다음은 황인종, 아메리카 인디언, 그리고 가장 작은 것은 흑인이었다고 한다. 이런 결론은 당연하게도 지독한 인종차별주의와 노예제도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쓰였는데, 김 정책연구실장은 이 결론의 과학성에 의문을 던졌다. 단순히 뇌의 크기만을 가지고 따진다면 인간보다 큰 뇌를 가지고 있는 코끼리의 지적 능력이 훨씬 우수하다고 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 정책연구실장은 이렇게 ‘과학’의 이름으로 행해졌던 실험들은 사실상 정치 사회적 조건에 기반을 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례로 미국의 한 의사는 흑인 노예들에게서만 발생하는 특이한 질병을 발견했는데, 이 병의 증세는 흑인 노예가 집단농장에서 미친 듯이 달아나려는 욕망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두개측정학’은 측정방법에 수많은 오류를 드러내면서, 결국엔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김 정책연구실장은 진화론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생물반복설’과 ‘범죄인류학’이 뒤이어 인간차별과 서열화의 논리를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생물반복설’은 흔히 ‘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반복한다’라는 것으로 표현되는데, 예를 들면 인간이 임신 초기의 태아에게 보이는 아가미구멍 같은 것은 그 옛날의 물고기 시절을 나타내는 것이고, 꼬리뼈의 흔적도 파충류나 포유류 선조의 단계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인간집단 간의 서열화에 적용되어, 열등한 인간집단의 성인이 우월한 인간집단의 어린애와 같다는 논리로 둔갑하게 된다. 이런 논리로 ‘일곱 살 아이의 지능을 가진 어른’이라는 표현이 가능해지고, 흑인이나 여성, 지적장애인은 현대 백인 남성의 진화 이전 단계에 머물러 있는 존재로 인식되게 된다.

 

‘범죄인류학’은 유인원과 같은 열등성의 증후로서 두꺼운 두개골, 긴 팔, 좁은 이마, 큰 귀 등 수많은 신체 특성들을 나열하면서, 인간의 모든 범죄 행동이 이러한 열등성에 기인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것은 ‘정신지체’를 일종의 범죄성향으로 보는 견해로 발전하기도 한다.

 

IQ, 지능검사를 통해 플라톤의 이상을 실현하다?

 

김 정책연구실장은 본격적으로 지능지수(IQ)의 탄생 배경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가 여기서 강조한 것은 최초로 지능검사 도구를 만든 프랑스의 알프레드 비네는 IQ를 타고난 지능으로 규정하는 것을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의 정신적인 능력에 서열을 매기는 보편적인 도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는 점이다.

 

비네는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을 선별해 달라는 교육 당국의 요구에 의해 지능검사 도구를 만들었고, 이것이 실용적인 목적에 한정해서만 쓰여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특정 아동들에게 지울 수 없는 낙인을 찍는 도구로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능검사가 대표적인 이민사회인 미국으로 넘어오면서 비네의 의도는 실현되지 못했다고 김 정책연구실장은 강조한다. 노예해방 이후 전 세계에서 이민자가 미국으로 넘어오는데, 미국 내에서 인종적 헤게모니를 장악한 백인 남성들은 이들로부터 자신들의 ‘순수한’ 혈통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지능검사를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능검사가 미국 내에서 확산하면서 IQ 점수는 인간의 타고난 지적 능력을 나타내는 유일한 실체이자 오로지 유전의 산물이라는 식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이에 따라 IQ 점수가 떨어지는 이른바 ‘정신박약자’들에게는 시설수용과 강제불임수술이라는 조치가 취해진다.

 

특히 1927년 미국의 대법원은 유명한 버크 대 벨(Buck vs Bell) 사건에서 “저능아는 3세대로 충분하다”라는 판결 문구와 함께 정신지체장애인의 강제불임수술을 합법화했다. 또한, 20세기 초 미의회는 ‘정신박약자’를 포함한 ‘부적절한’ 이민자들에 대한 자격심사를 더 엄격하게 적용하는 많은 제한입법을 통과시킨다.

 

김 정책연구실장은 IQ가 오늘날과 같은 대중성을 얻게 되는 데는 미국의 심리학자 터먼(Lewis M. Terman)의 기여가 컸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터먼의 이 ‘기여’를 그는 플라톤의 꿈을 20세기에 다시 재생시킨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플라톤은 인간의 타고난 기질에 의해 인간계급이 규정된다고 생각한 반면 터먼은 타고난 지능 즉, IQ에 의해 인간의 사회적 지위가 결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실제로 터먼은 직업에 따라 요구되는 최소한의 IQ를 규정하는 연구를 실행하기도 하는데, 이에 따르면 권위와 금전적 보상이 따르는 직업은 적어도 IQ가 100 이상 되어야 하고, IQ 75 이하는 비숙련 노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지적장애인들이 사회에서 어떤 위치에서 어떤 대접을 받고 살아야 하는지를 ‘과학적’으로 밝히는 데 쓰이게 된다.

 

‘지적장애’ 개념의 사회적 배경을 보는 것의 의미

 

김 정책연구실장은 강의를 마치면서 인간의 지적인 능력을 점수화해서 서열을 매기고 그 서열에 따라 인간의 삶이 결정되는 것에 대해 강한 문제제기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러한 기준은 발달장애인의 시설 수용을 정당화하고, 지역사회에서의 자립생활을 불가능한 존재로 인식되게 하는 이데올로기라는 것이다.

 

한편 이날 강의는 한 시간 반가량 진행되었으며, 강연자와 참가지들간에 활발한 질의응답을 통해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 관심이 있는 야학 교사들의 다양한 고민을 나누는 자리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