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중국
스콧 로젤·내털리 헬 지음, 박민희 옮김, 롤러코스터 펴냄

“중국은 도시-농촌 간 불평등을 법으로 유지하고 강화하는 유일한 나라다.”

지난 19년 동안 중국공산당의 ‘1호 문건’(연초에 중국 정부의 중점 사업을 담아 발표하는 문건)에는 어김없이 농촌 문제가 등장했다. 농민을 기반으로 사회주의 혁명에 성공한 중국공산당으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구호일 수도 있으나, 이는 말 그대로 구호에 그쳤다. 중국 내 도시와 농촌의 불평등 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오랫동안 중국의 농촌, 경제, 교육 등을 연구해온 저자들은 중국이 발전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불평등의 가장 큰 원인은 ‘후커우 제도’라고 지적한다. 태어난 곳에 따라 사실상 신분이 결정되는 후커우(戶口) 제도는 심각한 격차를 만들어냈다. 중국인들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중국의 길을 묻는 책이다.

 

 

 

 

 

집으로 가는, 길
홍은전 외 지음, 오월의봄 펴냄

“시설에서의 하루는 먹고, 목욕하고, 싸고 끝이에요.”

탈시설 운동은 장애인 인권운동의 최전선에 있다. 시혜와 동정의 대상이었던 장애인이 자립과 권리의 주체가 되는 운동이기에 전복적이고 전투적이다. ‘자유롭게 일상을 살겠다’라는 당연한 주장에 ‘장애인’을 주어로 두면 사람들의 고개가 45도로 기울어진다. 장애인이 그럴 수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럴 리 없다’는 착각에 대한 반론이다. 2009년 6월4일, 장애인 거주시설 석암베데스다 요양원에 살던 중증장애인 8명은 시설의 비리를 고발하고 그곳을 퇴소한다. 이후 이들은 마로니에 공원에서 천막농성을 하며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겠다고 선언한다. 이 책은 그 선언에 동참한 이들의 구술을 담고 있다.

 

 

 

 

 

진실의 조건
오사 빅포르스 지음, 박세연 옮김, 푸른숲 펴냄

“허무주의는 철학의 대량살상무기와도 같다.”

탈진실(post-truth) 시대가 도래했다고 한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으므로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고, 결국 ‘너도 맞고 나도 맞거나’ ‘이것도 옳고 저것도 옳을 수 있다’고들 한다. 그러나 스웨덴의 철학자인 오사 빅포르스는 이 책에서 ‘탈진실’ 시대의 도래를 부정하며 “보편타당한 사실과 진실이 엄연히 존재한다”라고 주장한다. ‘진실 따윈 없다’는 허무주의자들에게 맞서기 위해 저자는 먼저 철학이 지난 수천 년간 논의해온 진실의 정의를 짚어가며 그 해답을 찾는다. 그리고 심리, 사회, 언어학의 관점에서 ‘진실의 적’들이 어떻게 우리를 속였는지, 왜 우리가 그들에게 속을 수밖에 없었는지 밝히고 돌파구를 제시한다.


 

 

슬라브, 막이 오른다
김주연 지음, 파롤앤 펴냄

“피와 이야기의 땅, 슬라브.”

지은이는 슬라브를 ‘거대한 민족-문화권’이라고 말한다. 게르만족, 라틴족과 함께 유럽을 이루는 주요 민족 중 하나. 유럽 전체 인구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하지만 슬라브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낯설다. 냉전 시기, 슬라브는 ‘철의 장막’ 뒤편에 있었기 때문이다. 주로 공산주의 진영에 속해 있어서 경제적·문화적 교류가 적었다.
슬라브는 주로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 있다 보니 양쪽에서 수많은 침략을 받았다. 기독교와 이슬람 문화권의 경계에서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 내전도 자주 일어났다. 이런 역사는 슬라브 예술의 배경이 되었다. 지은이는 여러 도시의 역사적 사건과 함께 슬라브의 문화와 예술을 소개한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삶을 산다는 것
권신영 지음, 클 펴냄

“‘어떻게 하면 빨리 임종을 할 수 있느냐’고 문의하는 환자 가족도 있었고요. 너무 무서우니까요.”

코로나19는 죽음의 풍경을 바꿨다. 무엇보다 호스피스 병동이 사라졌다. 공공병원 호스피스 병동은 코로나19 전담병동으로 바뀌었다. 가까스로 운영되는 호스피스 병원 사정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호스피스 의료의 한 축인 자원봉사자 및 종교인들의 병원 출입이 어려워지면서 간호 업무는 가중됐다. 약 20년간 호스피스 전문 간호사로 일해온 저자가 동료 및 후배 간호사 18명을 만나 호스피스 병동 간호사들이 목격한 코로나19를 기록했다. 각종 방역수칙은 임종 앞에서도 예외일 수 없었다. 죽음은 고독 속에 방치되고, 혼란은 슬픔을 뒤덮었다. ‘존엄한 죽음’을 위한 간호사들의 분투는 호스피스의 필요를 웅변한다.

 

 

 

 

 

정치 전쟁
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정치는 신앙이 된 지 오래다.”

저자는 2022년 대선이 전쟁이었다고 평한다. 전쟁은 정치권을 넘어 시민들, 나아가 가족 간에도 일어났다. 전란 이후 ‘패배’한 이들은 우울감과 상실감에 시달렸다. 패한 이를 지지한 독자라면 강준만 교수의 이번 책이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듯 느껴질 것이다. 그는 이번 대선 결과가 “신앙으로 인해 빚어진 진보 자해극의 누적 결과”라고 평한다. 강 교수는 편가르기 자체를 비난하지 않는다. 다만 정치를 사유화하는 “부족 정치와 이권 정치”를 박살낸 뒤에 가르자고 제안한다. 언론 환경에 대한 비판과 ‘내로남불’ 논란, 젠더 갈등과 주요 스피커들의 언행을 하나하나 짚는다. 거칠고 신랄해 보이는 대목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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