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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서울교통공사"장애인 단체는 싸울 상대" '얼론 플레이' 정황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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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03-17 10:30 조회3,27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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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단독] 서울교통공사 "장애인 단체는 싸울 상대"...'언론 플레이' 정황까지 | YTN 


[앵커]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가 장애인 단체에 대응하기 위해 작성한 문건을 YTN 취재진이 확보했습니다. 


이 대응 문건에는 지하철 시위를 벌이는 장애인 단체의 약자 이미지로 인해 공사 측이 여론전에서 불리하다며 싸워서 이겨 한다는 내용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먼저 황보혜경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바쁜 출근길 지하철에 휠체어를 탄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장애인단체 지하철 시위 모습입니다.

사회적 기본권인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가 이들에 대한 대응지침을 만들어 전체 직원들이 볼 수 있도록 정식으로 공유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YTN이 입수한 서울교통공사 문건입니다. 




제목은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첫 장부터 '지피지기 백전불태' 즉, 상대를 알아야 싸움에서 위태롭지 않다며 어떤 단체인지부터 알자고 강조합니다.

장애인이 사회적 약자라는 인식 때문에 공사 측이 여론전에서 불리하다면서,

문건 곳곳에 '언더도그마'란 말이 등장합니다.

'약자는 선하고 강자는 악하다'는 의미인데, 언론은 물론 대중도 여기에 경도돼 원칙과 절차가 유명무실해졌다고 비난합니다.

그 사례로 든 것은 '혜화역 엘리베이터 가동 중지' 사건입니다.

지난해 12월, 서울교통공사는 장애인단체가 혜화역 시위를 예고하자 엘리베이터 운행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맞불을 놨습니다.

엘리베이터 앞에 "장애인단체 불법시위로 운행을 중단한다"는 안내문을 붙였다가 시민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고,

결국, 공사는 입장문을 내고 시민 불편을 줄이려는 목적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대응 문건에서는 이를 장애인단체의 공격에 공사 측이 점수를 잃은 사례로 꼽았습니다.

앞으론 이 같은 빌미를 제공하지 말자면서, 이동권 논의는 공사 측에 '불리한 요소'라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고 단정 짓습니다.

이 문건이 공개되자 서울교통공사 측은 작성자인 직원 개인 의견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또 공사 차원에서 장애인 시위에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거나, 내부 문건을 만든 적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 : 개인이 작성한 게 맞고요, 언론플레이를 하거나 시위에 대해 나쁜 인식을 주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한 적은 전혀 없습니다.]

서울교통공사의 장애인 대응 문건은 교통 약자를 바라보는 공공기관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대화와 타협보다는 싸워서 이길 상대로 상정하고 있는 만큼 논란이 가라앉기는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YTN 황보혜경입니다.

[앵커]
이처럼 장애인 단체를 싸워서 이길 상대로 규정한 서울교통공사는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는지, 세세한 전략까지 제시하고 이를 실행했습니다.

YTN이 입수한 대응 문건에 따르면 장애인 단체의 실점을 찾아 여론전을 통해 시민들에게 적극 알려야 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이를 근거로 법적 대응까지 언급하고 있는데요.

이어서 이준엽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우리도 너무너무 (엘리베이터 등) 설치 개량하고 싶다. 힘들지만 이런 건 하고 있어. 내 맘 알지?"

서울교통공사가 장애인 단체를 이길 수 있는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문건에서 대외적으로 내세우자고 한 태도입니다.

이는 상대방에게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한 차원일 뿐, 뒤로는 장애인단체의 '선 넘는 미스', 그러니까 잘못을 찾아내 '물밑 홍보'하자고 합니다.

서울교통공사는 취재 과정에서 해당 문건이 홍보팀원 개인 의견에 불과하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문건에 언급된 전략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진 사례가 적지 않았습니다.

문건에 적힌 '장애인 단체의 실점 사례'입니다.

열차 운행을 고의로 방해했음을 사진으로 '자연스럽게' 알렸다고 소개합니다.

문서에는 시위자들이 이런 승강장 틈새에 휠체어 바퀴를 일부러 끼워 넣었다는 '고의 운행 방해설'을 퍼뜨린 정황이 담겨 있습니다.

당시 서울교통공사 홍보팀이 YTN을 비롯한 언론사에 보낸 시위 관련 메시지입니다.

사진을 보내면서도, 공사에서 제공했다고 하지는 말아 달라고 요구합니다.

또 문건은 장애인단체의 '결정적 미스'라면서 '할머니 임종, 버스 타고 가세요.' 사건을 거론하기도 합니다.

지난달 9일 시민이 임종을 봐야 한다며 울분을 토하고, 시위자는 "버스 타고 가세요"라고 답했다며 반대 여론이 격화한 일을 가리킵니다.

그 뒤 시위자는 시민에게 본인도 얼마 전 장애인을 위한 이동수단을 찾지 못해 어머니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며 사과했지만 논란의 장면만 편집돼 돌아다니는 상황입니다.

[이형숙 / 서울시 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장 (당시 영상) : (저도) 그런 걸 당해봤기 때문에 잘 압니다. 저도 그래서 임종을 못 봤거든요. 정말 죄송합니다.]

이 사건 역시, 당일 보도자료에 공사의 '언론 플레이'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시위에 대한 강경 대응을 요구하는 민원 내용과 지하철 이용량 감소 통계를 제시하면서 '임종 사건'도 시민 피해 사례로 거론합니다.

[박경석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 : 악마의 편집이라고 하는 데요. 그런 방식으로 부추기고 활용하고, 의도적으로 여론전, 사회적 약자와 맞서는 여론전에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비친 거고….]

서울교통공사는 '임종사건'을 거론한 보도자료는 여론전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시위 사진은 기자들 요청으로 홍보팀이 전달한 것뿐이고, 제공처를 밝히지 말아 달라는 건 장애인단체와 대립각을 세우지 않기 위해서라고 밝혔습니다.

더 나아가 대응 문건에는 장애인 단체와의 싸움에서 승리가 확실할 때는 법적 대응까지 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습니다.

[박경석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 : 시민들하고 장애인들의 갈등으로 비치도록 만드는 이런 문건들입니다. 너무 슬프죠, 이 사회가. 너무 무책임하죠.]

이처럼 장애인과 시민 사이에서 이른바 '갈라치기'를 시도한 서울교통공사는 올해에만 국고보조금 655억 원을 받는 서울시의 대표적인 공기업입니다.

YTN 이준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