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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 버스·기차의 휠체어장애인 대응 방식(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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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2-10-19 14:48 조회7,47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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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 버스·기차의 휠체어장애인 대응 방식

해발 3,454m 알프스 융프라우 등정기-②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2-10-19 09:52:45
스위스의 시내 대중교통 수단은 택시를 제외하고 얘기할 때 크게 두 가지의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이미 지난 호에서 자세히 소개한 바 있는 스위스형 노면전차 트램(Tram)과 버스가 그것이다.

그런데 버스는 다시 두 가지의 종류로 나뉘는데, 하나는 우리나라와 같은 형태의 내연기관 방식의 버스이고, 다른 하나는 전동버스(전기기차처럼 상단의 전기줄로부터 전기를 얻어 작동하는 전동버스로 중국이나 북한 시내의 것과 비슷함.)이다.
노면전차와 전동버스는 위를 보면 똑같이 생겼지만, 밑을 봤을 때는 바퀴가 레일 위의 기차바퀴와 일반 자동차 타이어로, 서로 다르게 생겼다고 이해하면 되겠다.

트램의 휠체어 이용자 접근 방식에 대해서는 지난 호에 이미 언급한 바 있었으니, 이번에는 버스의 휠체어 이용자 탑승 방식을 소개해보겠다.

버스의 경우에는 전동버스와 일반버스 모두 동일하게, 아래의 사진이나 동영상에서 보듯이 수동 램프(평상 시 버스 실내 바닥에 접혀져서 보관되어 있는 램프를, 필요 시에 손잡이를 꺼내서 출입문 바깥쪽으로 젖혀서 이용하는 방식)였고, 이는 숙소가 있었던 프랑스 지역 버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버스의 외형(상)과 수동램프가 있는 장애인,유모차 출입문의 모습(하). ⓒ이광원에이블포토로 보기 버스의 외형(상)과 수동램프가 있는 장애인,유모차 출입문의 모습(하). ⓒ이광원
출입구 바닥에 접혀진 채 보관되어 있는 수동램프의 모습(상)과 밖으로 펼쳐진 모습(하). ⓒ이광원에이블포토로 보기 출입구 바닥에 접혀진 채 보관되어 있는 수동램프의 모습(상)과 밖으로 펼쳐진 모습(하). ⓒ이광원

▲ 버스의 수동램프 작동 모습 동영상. ⓒ이광원

한편, 우리나라의 코레일과 같이 스위스에서 가장 큰 철도회사는 스위스 연방철도인 ‘SBB’이다.

SBB의 기차요금 장애인 할인제도는 장애인 당사자를 할인해주는 우리나라의 경우와 달리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똑같은 요금을 내고 그와 대동하는 동승자를 무료로 해주는 방식이다.(필자의 기억으로는 일본의 지하철도 그런 방식이었던 것 같다.).
따라서 장애인 세 명과 비장애인 세 명으로 구성된 우리 팀의 경우에는 장애인 할인을 적용받은 덕에 비장애인들에 비해 반값에 기차를 이용할 수 있었다.

또한 장애인은 일반석 요금만을 내고도 훨씬 비싼 1등석 칸에 탑승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데, 1등석 칸에는 의자를 접어서 휠체어 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되어 있고, 특히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장애인 화장실(아래의 사진 참조)이 마련되어 있다.
그래서 동승자와 함께라면 반값의 기차요금으로 1등석 칸에서 편하고 여유로운 기차여행을 즐길 수 있다.

SBB의 2층 기차 외관(상, 출입문 안쪽으로 2층칸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임.)과 식당 칸의 여유로운 풍경(하). ⓒ이광원 & 정봉근에이블포토로 보기 SBB의 2층 기차 외관(상, 출입문 안쪽으로 2층칸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임.)과 식당 칸의 여유로운 풍경(하). ⓒ이광원 & 정봉근
SBB 기차 1등석 칸 옆의 객차 내 장애인 화장실 모습. ⓒ이석구에이블포토로 보기 SBB 기차 1등석 칸 옆의 객차 내 장애인 화장실 모습. ⓒ이석구
위의 사진에서 보는 기차는 승강장과의 단차가 크지 않아서 휠체어 접근이 용이한 편이지만 보통의 기차들은 승강장보다 기차의 바닥면이 매우 높게 되어 있어서 휠체어 이용자가 승차하려면 리프트가 있어야만 한다.

그래서 휠체어 이용자가 SBB 매표소에서 기차 티켓을 발권할 때는 해당 시간, 해당 승강장에서의 휠체어 리프트 이용이 같이 예약되게 된다.
따라서 약속된 승강장에 가보면 연락을 받고 대기 중인 SBB 직원이 리프트를 작동시켜 태워준다.

이는 얼핏, 장애인에게 매우 편리한 시스템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 매우 불편한 점이 있다.
살다보면 예약된 시간에 그 승강장에 못 갈 수도 있지 않은가?
예를 들어서, 환승 시간에 화장실엘 갔다가 일이 커져서(?) 시간이 많이 걸리는 바람에 부득이 다음 기차를 탈 수도 있을 텐데, 이런 경우에 약속보다 늦게 승강장에 가보면 리프트 작동할 직원이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내 예상으론 우리나라라면 비록 약속과 다른 상황이라 하더라도 승강장에 있는 아무 코레일 직원에게나 상황을 설명하면 옆에 있는 리프트를 가져다가 승차할 수 있게 해줄 것 같다. 하지만 적어도 스위스에선 그런 일이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다른 유럽 국가들도 비슷할 듯)

다시 말해서, “그걸 위해선 발권 시 미리 약속이 되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늦어서) 약속된 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그 직원은 없고, 리프트 작동은 나의 업무가 아니라서 도와줄 수 없다.”라는 답변을 듣게 될 확률이, 적어도 95%는 넘지 않을까 생각된다.

사실 리프트 작동은 크게 어렵거나 힘이 드는 것도 아니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정도의 일이다.
필자의 생각으론 어렵거나 힘들어서 그런 것보다도 네 일, 내 일을 명확히 따지는 서양의 관습과 함께 만의 하나라도 휠체어 리프트 작동 시 사고가 일어났을 때의 책임소재 문제 등을 고려하여 예약되지 않은 SBB 직원의 리프트 작동 요구 거부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필자 일행은 실제로 이와 같은 상황으로 인해 몇 번 리프트 이용 거부를 경험하기도 했었다.

따라서 짧은 환승시간 내에 다음 예약된 기차에 탑승을 못하면 전체 일정이 무산되기 때문에 장애인에게는 매우 불편한 ‘장애인 특별대우 서비스’였고, 훌륭한 서비스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한국 사람으로선 쉽게 이해하기 힘든 스위스의 관행이었다.

SBB 기차의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리프트의 모습. ⓒ이석구 & 이광원에이블포토로 보기 SBB 기차의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리프트의 모습. ⓒ이석구 & 이광원
위의 우측 사진에서 장애인의 등 뒤에 세워진 채로 접혀있는 알루미늄판을 자세히 보면, 한 장의 판이 아니라 두 장의 판으로 나뉘어져서 겹쳐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스위스 SBB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기차들이 있다. 따라서 출입구의 폭이 기차의 종류마다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만약 고정된 폭의 한 장짜리 알미늄판으로 리프트를 만든다면 그 판보다 폭이 좁은 출입구를 가진 기차에서는 쓸 수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출입구 폭에 따라 두 장의 판을 적당히 겹쳐서 폭을 조절함으로써 좁은 폭의 출입구들에도 모두 대응할 수 있게 설계된 것이다. 간단한 아이디어지만 매우 실용적인 설계다.

아무튼 기차 승차를 위한 SBB의 휠체어 리프트는 수동으로 작동되는데, 수직상승을 위해서 두 가지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한 가지는 자동차 운전대 돌리듯 핸들을 원형회전시키면 리프트가 올라가는 방식이다. 또 한 가지 방식은 위의 좌측 사진에서 보듯이 직원이 발로 페달을 계속 밟아줘서 밟을 때마다 조금씩 올라가는 방식이다.(엄밀히 말하자면, ‘수동(手動)’이 아니라 ‘족동(足動)’인 셈이다.)

보통 우리나라에서 미용실에 머리를 자르러 가면 의자의 높이를 올리기 위해 미용사가 의자 밑의 페달을 밟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과 같은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그런데 우리나라 미용실 의자는 승차감이 좋지만 스위스 SBB의 발로 작동하는 리프트는 밟을 때마다 ‘쿨렁, 쿨렁’하며 위아래로 흔들리기 때문에 그 위에 탄 장애인은 다 올라갈 때까지 계속 위아래로 흔들리며 쿨렁대는 멀미의 괴로움을 감수해야만 한다.(돈도 많은 나라에서, 왜 이런 것을 전동으로 만들지 않았는지 참.)
그런데 (장애인에게는) 불행하게도 SBB에는 승차감 좋은 수동 핸들방식보다 멀미나는 족동방식 리프트가 더 많은 것 같았다.

한국 KTX의 경우에는 배터리가 장착된 전동방식이기 때문에 훨씬 승차감이 좋다.(물론, 한국의 경우에도 배터리 방전 시에는 족동 페달을 이용하도록 되어 있다지만 그런 경우는 별로 없을 것이다.)
한국의 KTX 리프트를 이용해본 필자로선 이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좋은 나라’임을 다시 한 번 실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 SBB 휠체어 리프트 작동 동영상.(하차의 경우) ⓒ이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