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분야 자료실

“내가 죽으면 우리아이 누가 돌볼까?”(에이블뉴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2-06-01 16:08 조회7,947회 댓글0건

본문

수첩에 담긴 발달장애인 어머니들의 걱정과 눈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2-05-23 14:09:40
발달장애인법이 제정이 가시화되면서,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피부로 와닿는 발달장애가정의 실질적인 어려움이었다. 발달장애인이 사회에서 소외받고, 서비스에서 배제되며 법 제정을 호소하고 있지만, 그 고통은 가족들만 알고 있을 뿐 이 사회의 비장애인들은 사실상 ‘발달장애’라는 용어조차 생소하다.

이에 야심차게 준비한 발달장애가정 기획 인터뷰. 하지만 첫 대상 설정 부분부터 큰 난관에 부딪치고 말았다. 인터뷰어를 섭외하기 위해 부모회와 지적장애 단체를 찾아가기도 하고, 현장에서 만났던 분을 대상으로 조르기도 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NO’. 언론 상에 자신들의 생활을 노출시킨다는 부담스러운 부분이 크다는 것이다.

어려운 섭외 끝에 내게 손을 내밀어준 곳은 새누리부모연대 광명시지부. 광명시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모임이자, 발달장애 자식을 키우면서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치유소이기도 하다. 인터뷰 대상을 정하기 전에 발달장애 가정이야기를 듣고싶다고 청을 하자, 네 명의 부모가 기꺼이 장소에 나와줬다.

처음에는 그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숨기려고 했다. “우리 아이들은 생활하면서 아무 문제 없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자신들의 사정과 이야기가 있기에 오전부터 장소에 나와줬을 터. 통합 중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아이의 어머니가 아이에 대한 관심이 학교에서 적다고 토로한 이후, 다른 부모들의 고통도 봇물 터지듯 나왔다.

감정조절이 되지 않아 폭력성이 많은 남자 아이, 옷을 찢거나 반 친구들을 놀려서 오히려 맞고 오는 아이, 지적장애인인 누나가 부끄러워 커밍아웃을 하지 못하는 남동생, 자위를 아무대서나 하지만 부끄러움을 모르는 아이.. 처음 문제가 없다는 그들의 대답과는 상반된 마음속의 고통들이었다.

1시간여동안 자신들의 고통을 털어놓는 그들의 눈가는 이내 촉촉해졌다. 그리고 이어진 것은 바로 “내가 죽으면 우리 아이는 누가 돌볼까?”라는 질문이다. 이 말은 이후 3주간 이뤄졌던 기획인터뷰에서도 항상 언급된 부분이다. 비장애인 아이의 경우, 말썽부리는 아이라도 결국 성인이 되면 제 갈 길을 간다하지만, 발달장애인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발달장애인은 장애인복지법상 지적장애인과 자폐성장애인으로 2011년 12월말 기준, 지적장애인은 16만7479명, 자폐성장애인은 1만5857명에 이르고 있다. 20만명에 이르는 발달장애인들에게는 24시간 꼭 함께해야할 동반자가 필요하다.

학교를 가는 것, 교육을 하는 것, 밥을 먹는 것, 일을 하는 것, 결혼을 하는 것 등 비장애인들에게는 아무런 장애가 없는 이 행동들이 그들에게는 하나의 ‘일’이 된다. 특히나 성인이 되도록 신변처리를 제대로 하지도 못하는 장애인일 경우 그 부모의 고통은 더욱 대단하다.

‘성인이 되면 혼자 살아가면 되지않나?’ 이 말조차 발달장애인의 경우 꿈같은 일이자 가장 문제점이 되는 부분이다. 고등학교 까지 교육을 마친 그들을 받아주는 직장은 아무도 없다. 심지어 중증장애인을 위한다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조차도 발달장애인을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그들이 갈 수 있는 곳은 바로 집. 그 고통은 다시 고스란히 가족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다.

인터뷰어이기도 한 성인 발달장애인 홍세론씨 같은 경우는 그렇게 집에서 5년간을 외톨이처럼 살아왔다. 지난 5년간 집에서만 생활하면서 웃음도 잃었고, 우울증과 동반한 스트레스가 세론씨를 괴롭혀왔다는 것이다.

지적장애인인 세론씨는 “외로워서 집에서 음악만 들었어요. 너무 외로웠어요”라는 말을 반복했다. 무엇이 창창한 20대 청년을 집에서만 웅크리며 외로움에 발버둥치게 했을까? 생활이 어려워 온전치 못한 자식을 두고 직장으로 떠나야만 하는 부모의 마음을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이러한 장애계의 숙원이기도 한 발달장애인법 제정의 움직임이 최근 더욱 가시화 되고있다.

지난 2월 ‘발달장애인법제정추진연대(이하 발제련)’를 출범과 함께 지난 총선때는 새누리당 등 6개의 정당이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총선공약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발제련 TF팀이 발달장애인법 초안을 확정해 각 당에게 전달한다는 새로운 뉴스들도 나오고 있다. 발달장애인법 제정이 한발 더 가까워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순간, 부모들은 희망과 함께, 조금은 주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과연 내가 원하는 서비스가 법안에 담길 것이란 거다.

지난 총선때 관련 공약을 살펴봤다는 한 인터뷰어는 “법 제정을 다들 한다고는 하지만 과연 법이 왜 필요한지,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 알고나 있을까”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들은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1시간이라도 일해도 정당한 댓가의 노동이 인정되고, 취미생활을 하고, 교육을 받고 싶으면 받고,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면서 사는 ‘사람답게’ 사는 것을 원하고 있다. ‘내가 죽어도 우리아이가 사람답게 살수 있길’ 바라는 부모들의 뜨거운 눈물을 정부와 사회는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