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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은 죽을 때까지 가족의 짐이냐?" (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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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2-02-23 17:23 조회6,71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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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은 죽을 때까지 가족의 짐이냐?"
부양의무자 확인조사 결과 수급권 상실 통보 받은 최동운 씨
"수급 받으려면 가족과 전화도 못 한다"
2012.02.17 14:12 입력 | 2012.02.17 15: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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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살 때부터 27년 동안 장애인생활시설에서 살다가 지난해 1월 노들센터 체험홈에서 자립생활을 준비 중인 최동운 씨. 최 씨는 지난 1월 부양의무자 확인조사 결과로 말미암아 수급권이 상실될 처지이다.

 

6살 때부터 27년 동안 장애인생활시설에서 살다가 지난해 1월부터 지역사회로 나와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체험홈에서 자립생활을 준비 중인 최동운(뇌병변장애 1급, 34세) 씨. 그는 지난 1월 하늘이 무너지는 것과 같은 소식을 들었다.

 

부양의무자 확인조사 결과 최 씨의 부모가 부양능력이 있는 것으로 판명돼 이의신청 기간을 거친 뒤 수급권이 상실될 예정이라는 통보였다. 최 씨는 그때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할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현재 최 씨는 이의 신청을 위해 가족관계 단절 증명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동사무소에서는 올해 바뀐 지침에 따라 통화 내용과 입출금 내용 제출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최 씨는 가족관계 단절을 증명할 서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른 이들의 손을 빌리고 있다. 본인이 직접 가족과 통화를 했다가 그것이 빌미가 되어 가족관계 단절을 증명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당장 이번 달에는 수급비도 나오지 않았다. 이의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되돌려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수급비와 장애인연금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최 씨에게 주는 심리적, 물질적 압박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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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을 촉구하는 집회에 참여해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촉구하는 최동운 씨.

 

최 씨는 “2년 전에 시설에 있을 때 가족들이 와서 용돈으로 쓰라며 20만 원을 준 것 외에는 가족에게 금전적 지원을 받지 않았고, 지난해 시설에서 나왔을 때는 아버지가 찾아와 무척 화를 내며 다시 시설로 들어가라고 한 것이 가족과의 교류의 전부”라면서 “하지만 앞으로 내가 지역사회에서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는 앞으로 이런 식의 교류조차도 불가능한 것 아니냐?”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최 씨는 “아버지에게 일정 정도 소득과 재산이 있는 것은 맞지만 가족들이 나를 부양할 의사가 없기에 그동안 시설에서 생활한 것"이라며 "성인인 나 또한 가족들이 나를 부양하기를 원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 씨는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성인이 된 장애인 자녀를 가족들이 끝까지 부양토록 강제해 가족의 짐으로 살게 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것인지 따지고 싶다”라고 성토했다.

 

최 씨는 지난해 지역사회로 나온 뒤 수급비와 장애인연금을 합해 50여만 원을 받아 생활하며, 이 중 20만 원을 적금으로 붓고 있다. 체험홈과 자립생활가정을 거친 뒤 독립적인 주거를 얻기 위한 종잣돈이다. 하지만 수급권 박탈이 최종적으로 결정되면 더는 저축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활동지원서비스 본인부담금 납부 대상자가 되어 기초적인 생활마저 위태롭다.

 

최 씨는 “자립생활을 준비하면서 수급권 문제 외에도 밤에 활동보조인이 없어 급한 일 등을 해결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기는 하다”라면서 “하지만 자신의 뜻대로 생활을 꾸려갈 수 있고 자유롭게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립생활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홍권호 기자 shuita@bemino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