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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등급으로 서비스 제공하는 '구태' 벗어나야 (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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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1-07-25 15:08 조회3,38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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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등급으로 서비스 제공하는 '구태' 벗어나야
강동센터 박현 소장, 장애등급제 주제로 강의 진행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고 이를 맞춤형으로 제공해야"
2011.07.20 19:37 입력 | 2011.07.20 19: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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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등급제 우리도 좀 알아봅시다'라는 주제로 장애인 인권학교 강의가 20일 늦은 2시 노들야학 배움터에서 열렸다.

 

‘장애등급제 우리도 좀 알아봅시다’라는 주제로 중증장애인 역량강화를 위한 2011 장애인 인권학교 강의가 20일 늦은 2시 노들야학 배움터에서 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주최로 열렸다.

 

이날 강의를 맡은 강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현 소장은 “‘인권의 나무는 피를 먹고 자란다’라는 말이 있는데, 장애인 인권의 경우에는 여기에 ‘한’이 더해진다”라면서 “그 이유는 장애라는 ‘꼬리표’가 붙고 거기에다가 등급까지 매기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장애등급제는 1981년 제정된 심신장애자복지법이 1989년 장애인복지법으로 전면 개정되면서 도입이 됐는데, 그 무렵에 통장이 집으로 찾아와 아버지에게 ‘1급 받게 해줄 테니 혜택이 나오면 나눠 갖자’라는 식으로 말했다”라면서 “그때 아버지는 통장의 제의를 거절했지만, 나는 어린 마음에 아버지를 졸라 병원에 가서 간단한 검사를 받고 1급 판정을 받았다”라고 전했다.

 

박 소장은 “하지만 나는 수급자가 아닌 장애인이기 때문에 1급 장애인이라도 해도 국가로부터 지원받는 것은 공공요금 할인과 죽어라 싸워서 쟁취한 활동보조서비스밖에 없다”라면서 “장애인연금을 신청해볼 수도 있겠지만, 장애등급 재심사를 받다가 만약 1급 아래로 떨어진다면 활동보조서비스가 끊기기 때문에 신청할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라고 밝혔다.

 

박 소장은 “정부가 장애등급심사제도 운영을 통해 장애등급제를 정비하겠다고 나선 이유는 장애인연금 도입과 활동보조서비스에 대한 욕구의 폭발 등으로 예전보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면서 “예산 증가에 부담을 느낀 정부는 ‘가짜 장애인’을 걸러내고 서비스가 필요한 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올바르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식의 논리를 펴고 있는데, 등급을 판정하는 장애판정기준이 현실과 동떨어질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예를 들면 나의 장애명인 골형성부전증은 아이 때는 증세가 나타나지 않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증세가 진행돼 결국 죽음에 이르는 ‘급 진행성’과 아이 때부터 증세가 나타나지만 어느 순간 증세가 멈추거나 늦어지는 ‘중간 진행성’ 등 다양한 증상이 있다”라면서 “골형성부전증이 있는 장애인이 앞으로 어떤 증상을 보일지는 의사도 알 수도 없는데, 장애등급제는 단지 지금의 상태만을 보고 등급을 매기라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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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중인 강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현 소장.


박 소장은 “또한 장애등급제 때문에 서비스가 1급 장애인에게만 몰리는 문제점이 있다”라면서 “이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부분에 대해 등급을 나누고 특정 등급에 해당하는 사람에게만 최소한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인데, 이는 등급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들은 결국 국민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우리가 이동권 투쟁을 시작할 무렵, 광화문 사거리에는 건널목이 없었고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교보문고 앞까지 가려면 수차례 리프트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렸다”라면서 “이에 우리가 ‘우리도 교보문고에 가서 책을 읽고 싶다’라며 매번 도로를 점거하자, 결국 서울시에서 광화문 사거리에 건널목을 설치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박 소장은 “광화문 사거리에 건널목이 설치된 뒤 한 시간 걸리던 길이 십 분으로 단축되었고 비장애인도 굳이 지하보도를 통해 이동하지 않게 됐다”라면서 “이렇게 사회시스템을 바꾸면 되는데 정부는 사회시스템을 바꾸기는커녕 장애등급제 강화를 통해 모든 책임을 장애인에게 돌리며 장애인에게 바뀌라고 말하고 있다”라고 질타했다.

 

박 소장은 “등급으로 나눠 서비스를 제공하면 획일적인 속성으로 말미암아 결국 ‘혼탁’해질 수밖에 없다”라면서 “따라서 등급에 따라 획일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구태에서 벗어나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고 이를 맞춤형으로 제공할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날 강의를 마무리했다.



홍권호 기자 shuita@bemino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