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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여성들이 화장대회에 나가는 이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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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1-06-21 13:27 조회7,40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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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 당선된 전국의 시각장애 여성 19명 참가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김영숙(55.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씨는 어느 순간부터 이유없이 시력이 약해지면서 시각장애인이 됐다.

   2009년 3월 어느날 모임이 있어 화장하고 나가려는 데 직장에 다니는 김씨의 딸(당시 25살)이 박장대소로 웃으면서 "엄마, 그렇게 하고 나갈 거야"라며 김씨를 잡아 세웠다.

   엄마가 한쪽 눈에만 화장을 한 채 집을 나서려 했기 때문이다.

   딸의 얘기를 듣고 나서 김씨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거울을 뚫어지라 쳐다보며 희미하게 보이는 자신의 모습에 한참을 웃었다.

   그러나 김씨는 자신의 모습이 한심하기도 하고 사랑하는 딸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준 것이 서글퍼 바닥에 갑자기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놀란 딸도 "엄마 심정도 모르고 너무 심하게 웃어서 미안하다"며 김씨를 부둥켜안고 함께 울었다.

   김씨는 "그때 왜 그렇게 눈물이 나던지..지금 생각하면 마냥 웃지 못할 일화로 생각한다"고 했다.

   22일 수원시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열리는 '제2회 거울도 안보는 여자' 행사에 참가하는 김씨는 행사를 주관하는 비앤원에 보낸 수기에서 대회참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시각장애 여성의 메이크업 콘테스트인 '거울도 안보는 여자'에는 김씨처럼 시각장애를 가진 전국의 20-60대 여성 19명이 참가한다.

   이들은 기능성 천연화장품을 만드는 사회적기업 비앤원에 메이크업 관련 수기를 보내 대회 참가자로 당선되고 나서 일부는 비앤원에서 화장기법 강의도 받았다.

   선천적, 후천적으로 시각장애를 갖게 된 여성들이 메이크업 대회에 참가하는 이유와 사연은 다양하다.

   1997년 교통사고로 시각장애인이 됐다는 최고령 참가자 신양수(69)씨는 세상 모든 사람에게 예뻐 보이고 싶어 이번 행사에 참가하게 됐다.

   친구를 만나러 나갔는데 눈화장이 번져 판다처럼 보인 적이 있다는 이성미(26)씨는 "이번 화장대회를 통해 발전한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참가번호 8번 60세 김정순씨는 "안 보이는 우리 장애인들도 아름답게 화장할 수 있다는 동기를 가지고 대회에 나섰다"면서 "이런 용기를 주신 분들께 감사하다"고 했다.

   이밖에 "화장은 여자에게 자존심이다. 생명과도 바꿀 수 있는 소중함 그 자체"라는 원순호(41)씨, "화장은 스스로 자신감을 주는 것"이라는 배희경(42)씨도 대회장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다짐을 했다.

   비앤원 관계자는 "메이크업 콘테스트에 나오는 분들은 거울 없이 화장을 해야 하는 두려움을 극복한 시각장애인들의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hedgehog@yna.co.kr